유미주의는 예술은 그 자체로서 자족한 것으로 윤리적·정치적·비심미적 기준에 의하여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예사조이다. 탐미주의라고도 한다. 유미주의는 예술이나 문학에서 미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예술관으로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 인생관으로서는 인생에 대하여 관조적·소극적·은둔적 태도, 문학예술에서는 인생적·공리적 의미를 배제한 순수화의 경향 등을 존중하고 신앙한다. 한국 현대문학에서는 유파를 형성한 하나의 예술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시대상황과 관련하여 단편적으로 나타난 특징이 있다. 김동인·김영랑·이효석·서정주 등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탐미주의(耽美主義)’라고도 한다. 영어의 ‘aesthetic(또는 esthetic)’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다소 모호하다. 그러나 대체로 ‘미적 경험 (aesthetic experience)’과 같은 용례에서 보듯이 ‘미(美)’ 그 자체를 의미하거나, ‘헤겔의 미학(Hegel’s aesthetic)’과 같은 용례에서 보듯이 미학 또는 미나 예술의 철학적 연구를 의미한다. 유미주의란 말은 미에 대한 철학적 연구가 아니라, 예술이나 미가 예술과 인생에 있어서 어떻게 표현되고, 어떠한 중요성을 가지느냐에 대한 신념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특정 시대의 사조와는 관계없는 일반 특징으로서의 유미주의와, 특정 시대 사조, 즉 19세기 유럽의 부르주아문화의 난숙기에 발생한 유미주의 사조를 의미한다.
유미주의는 예술이나 문학에서 다만 미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예술관으로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 인생관으로서는 인생에 대하여 관조적 · 소극적 · 은둔적 태도, 문학예술에서는 인생적 · 공리적 의미를 배제한 순수화의 경향 등을 존중하고 신앙하는 19세기의 한 문예사조를 의미한다. 흔히, 세기말이라고 일컫는 20세기의 마지막 약 20년간에 절정을 이루었던 이 사조는, 보들레르(Baudelaire, C.) · 고티에(Gautier, T.) · 와일드(Wilde, O.) 등이 그 대표자들이다. 이 정의에서 유미주의는 예술관 · 인생관, 그리고 문학예술의 실제적 경향이라는 세 가지 국면에서 고찰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예술관은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로서, 예술을 인생과 분리시켜 예술에서 교훈성(공리성)을 제거해버리고, 예술의 형식을 더욱 중시하여 작가 측에서나 독자 측에서 교화적 요소보다는 미적 쾌락을 중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예술 · 순수시 쪽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예술관은 예술 또는 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많은 문제를 내포한다.
인생관으로서의 유미주의는 도덕적 금제(禁制)에서 벗어나고, 특히 영국에서는 16, 17세기의 청교도의 엄정주의(嚴正主義) 도덕을 반대하면서 인생을 미적으로 관조하고 즐기려고 하는 에피큐리어니즘(epicureanism)의 태도를 취하였는데, 이를 관조적 유미주의(contemplative aesteticism)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초탈, 인생으로부터의 은둔, 영국 빅토리아시대에 특히 현저하였던 자기교양(self-culture) 등으로 나아가게 된다.
문학예술의 실제적 경향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우나, 교훈주의나 인생철학에서 이탈이라는 소극적 경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활과는 먼 목가적 환상, 감각적 이미지의 묘사, 주제의 모호한 표현 등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특성에서 살펴볼 때, 유미주의는 노만주의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하겠다. 유미주의의 이론적 근거는 노만주의 운동기의 철학자인 칸트(Kant, I.) · 셸링(Schelling, F.W.von.) · 실러(Schiller, J.C.F.von.) 등이 전개한 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실용주의를 반대하고 상상의 자유와 순수한 심미적 미학을 강조한 칸트의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은 유미주의 이론 발전의 연원이 된다.
한국의 현대문학에 있어서 유미주의는 유파를 형성한 하나의 예술운동이라기보다 그때 그때의 시대상황과 관련하여 드러난다. 김동인(金東仁)은 흔히 자연주의와 탐미주의의 두 경향을 가진다고 하는데, 특히 단편 「광화사(狂畫師)」(1935) · 「광염(狂炎)소나타」(1930)는 예술을 위한 예술, 생활과 윤리의 배제, 미적 가치의 절대적 우위를 보여준 점에서 유미주의 특색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1930년대의 시문학파 중 김영랑(金永郎)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이효석(李孝石)의 「분녀(粉女)」(1936) · 「장미 병들다」(1938) · 「화분」(1942) 등, 특히 「화분」에서 보여준 에로티시즘 등은 유미주의의 특성(그 일면이기는 하나)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정주(徐廷柱)의 초기 시집인 『화사집(花蛇集)』(1941)에 수록된 작품도 성적 본능과 관능, 원시주의적 감정 등의 요인들을 유미주의의 입장에서 고찰할 수 있다.
한국의 유미주의는 극히 단편적으로 드러나지만, ‘미’ 그 자체가 시나 소설의 본질적 측면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 이론의 역사적 체계의 정립은 금후의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