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설화 ()

구비문학
개념
사람이나 살아 있는 무언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돌이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
내용 요약

「화석설화」는 사람이나 살아 있는 무언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돌이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돌이 되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이나 동물의 흔적, 그 밖의 다른 사물일 수도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유형의 이야기는 사람이 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돌이 되는 과정에는 특별한 사건이 존재하며, 이 사건이 이야기에서 가장 초점화되는 대상이다. 이 핵심 사건을 구성하는 계기에는 금기의 위반, 정념의 배신이나 좌절, 상사의 정동, 억울함이 깃든 원념, 비극적 죽음, 영원을 향한 약속이나 영원한 기억을 위한 기념비 등 다양하다.

정의
사람이나 살아 있는 무언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돌이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
전승 및 채록

「화석설화」는 『삼국유사(三國遺事)』『삼국사기(三國史記)』에 수록된 박제상(朴堤上) 부인의 「망부석 설화」에도 전승(傳承)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만큼 연원(淵源)이 오래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문헌에 기록된 이야기와 구전(口傳)되는 이야기 다수에서 ‘돌이 된 사람’이나 ‘돌이 된 사물’, 혹은 '돌이 된 동물과 식물’에 관한 모티프를 발견할 수 있다. 돌이 단순한 물질이 아닌 어떤 영혼과 감정 · 생각이 깃든 대상이라는 인식, 혹은 돌에 주술적 힘이 깃들어 있다는 관념이 「화석설화」의 연행(演行)과 전승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돌은 성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며, 성스럽게 바뀌어 성스러운 힘으로 충만한 공간이다. 돌에 이와 같은 힘이 깃들게 된 계기는 돌이 된 사건에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나 사물이 돌이 되는 사건은 갑작스럽거나 충격적인 죽음, 비극적이고 억울한 일과 이에 얽힌 원한, 희로애락처럼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정지시킬 만큼 강렬한 감정, 외면 당한 감정 · 생각 등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돌이 되는 계기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사건은 금기의 위반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기고 어딘가를 돌아보거나,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소리를 내는 바람에 돌이 된다. 금기 위반을 계기로 화석화(化石化)의 사건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장자못 설화」가 있다.

내용

「화석설화」는 사람이나 살아 있는 무언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돌이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돌이 되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이나 동물의 흔적, 그 밖의 다른 사물일 수도 있는데 가장 많은 유형의 이야기는 사람이 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돌이 되는 과정에는 특별한 사건이 존재하며, 이 사건이 이야기에서 가장 초점화되는 대상이다. 이 핵심 사건을 구성하는 계기에는 금기의 위반, 정서적 배신이나 좌절, 강렬하게 일어난 희로애락, 억울함이 깃든 원념, 비극적 죽음, 영원을 향한 약속이나 영원한 기억을 위한 기념비 등 다양하다.

절대로 돌아보지 말라는 도승(道僧)의 말을 어기고 금기를 위반하여 돌이 된 며느리가 등장하는 「장자못 설화」는 「화석설화」 가운데 금기 위반의 사건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며느리는 자신이 살던 집이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굉음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녀의 금기 위반은 인간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결핍과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녀 개인의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며느리가 돌이 된 것은 금기 위반에 따른 처벌의 결과라기보다는 어떤 필연성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유형 각편의 이야기 중에는 며느리가 안고 있던 아기나 며느리를 뒤따르던 개가 함께 돌로 변하는 내용의 이야기들도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 용흥리 선돌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개바위 전설」이다. 이 '개바위'는 ' 선돌'로도 불리는데 상당수의 마을에서 선돌 바위는 주술적 의례(儀禮)나 기도의 대상이 되거나 제의적(祭儀的) 공간으로 기능한다. 아이 낳기를 기원하는 기자 치성(祈子致誠)의 대상이 되거나 그와 같은 기도가 수행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데, 이는 돌이 되는 화석(化石)의 사건이 성스러운 힘이 나타나게 만드는 신화적이고 주술적 사건임을 뜻한다.

문헌에도 기록된 가장 오랜 화석 설화 가운데 하나는 ‘박제상’ 부인과 연관된 「 망부석 설화」이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국으로 떠난 남편이 기한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그대로 돌이 되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내용이다. 기록에는 박제상 부인이 돌이 되었을 뿐 아니라 치술령 신모가 되어, 의례를 지내는 대상인 신격(神格)이 되었다는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이 역시 화석화의 사건이 어떤 신성성이나 주술성과 연관된 상징성을 띤다는 사실을 암시해 보여 준다. 여기서 돌이 되는 사건은 인간의 한계, 세속(世俗)의 경계를 초월하는 간절한 기다림의 정념이 응축되는 과정으로 표상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정념이 응축되어 돌이 되는 이야기도 상당수 전승되고 있는데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대부분 「상사암 전설」이나 「상사바위 전설」 등으로 불린다. 충청남도 논산군 벌곡면 덕곡리에 전승되는 「상사바위 전설」은 산골 처녀를 사랑한 원님의 아들이 부모님의 강권(強勸)을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에게 장가를 들게 되는 바람에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정념이 화해 두 남녀가 돌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 처녀를 사랑한 호랑이가 인간 되기를 소원했으나 이루지 못해 바위가 된 ‘범바위’(대전광역시 용계동 범바위골)에 얽힌 이야기도 이와 유사한 패턴의 서사로 읽을 수 있다.

돌이 되는 사건은 이처럼 비극적 정서를 환기하며 강렬한 주20를 자아내는데, 억울하거나 안타까운 죽음이 이루어진 장소에서 돌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전광역시 서구 변동 뒷산에 있는 ‘가위 바위’에 관해서는 여러 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모두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환기하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 중 한 편은 옛날 어떤 자매가 어머니를 위해 서로 다퉈가며 약초를 구하려다, 가위 때문에 죽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한 편의 이야기는 우애 좋던 자매가 한 명의 남자를 두고 서로 다투다 죽은 것을 보고 산신령이 가위같이 붙어서 우애를 회복하라는 의미에서 죽은 자매를 가위 바위로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어떤 계모가 전실 자식인 딸에게 한겨울에 죽순을 구해 오라고 시킨 후 딸을 뒤따라가서 가위로 찔러 죽이려 하자, 그 딸이 악한 계모를 찔러 죽이고 가위를 던져 바위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에 계모에게 한날한시에 죽임을 당한 형제가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형제바위’(충청남도 당진시 대덕동)도 있고, 형제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익사한 뒤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형제바위’(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물에 떠내려오는 나무를 건지려다 물에 빠진 큰형을 구하려고 하다가 세 형제가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삼형제바위’(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등이 있다.

그 밖에 용이 바위가 되거나 호랑이나 장수가 남긴 발자국이 돌이 된 유형의 이야기들이 있다. 또한 과거에 신선이 살거나 놀던 흔적이 남아 바위가 되었다거나, 먼 옛날 어떤 사람이 피난 가 살던 터전의 물레나 빨래의 흔적이 바위가 되었다는 유형의 이야기들도 다수 전승된다. 또한 고승(高僧)이 짚었던 지팡이나 데리고 다니던 동물이 돌이 되거나 관음(觀音)이나 미륵(彌勒)의 현신(現身)이 바위가 되었다는 유형의 이야기들도 전승된다.

의의 및 평가

돌이 된 화석의 이야기는 대체로 마을 지형이나 지명의 유래담(由來談)으로 연행, 전승되는 경우가 많다. 이 돌들은 모두 마을 공동체 내에서 특별한 주술적 효과를 발휘하는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기우제(祈雨祭)나 기자 치성의 대상이나 그와 같은 의례가 거행되는 장소로 기능하기도 하고, 언젠가 나타날 장수나 영웅의 도래를 암시하는 주27 같은 존재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들 바위는 마을 우주의 중심을 표상한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을 우주의 중심이 어떻게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마을 우주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질서의 창조를 암시하는 신화적 상징성을 흔적으로 지닌 전설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대 사회로부터 오래도록 거석(巨石) 신앙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어떤 보편성을 띤 현상이기도 하다. 바위나 암석에 그려진 의례적, 주술적 상징성을 드러내는 ‘바위그림’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쉽게 변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바위를 신성한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전국에 분포된 고인돌이나 주29 관련 유적지 인근 마을에서 흔히 이와 같은 ‘거석 신앙’이나 ‘「화석설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체로 고인돌이나 지석묘에 쓰인 큰 바위에 얽힌 의례나 주술, 혹은 구전의 이야기로 전승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최상수, 『한국민간전설집』(통문관, 1958)
유증선, 『영남의 전설』(형설출판사, 197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구비문학대계』(1980∼1988)
임석재, 『한국구전설화』 1-12(평민사, 1987~1993)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편 1-2(국립민속박물관, 2012)

논문

김영희, 「마을 지형 및 지명 유래담의 공동체 구성력 탐구」(『비교민속학』 46, 비교민속학회, 2011)
주석
주4

반복하여 나타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낱말ㆍ문구ㆍ내용을 이르는 말. 설화에서 반복하여 등장하는 이별한 임이나 서양 동화의 요술 할머니 또는 미녀 따위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말샘

주5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우리말샘

주8

서로 생각하고 그리워함. 우리말샘

주11

불도를 닦아 깨달은 승려. 우리말샘

주12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 우리말샘

주16

명백하게 나타나거나 나타내다. 우리말샘

주17

신으로서의 자격이나 격식. 우리말샘

주19

내키지 아니한 것을 억지로 권함. 우리말샘

주20

일시적인 격정이나 열정. 또는 예술에 있어서의 주관적ㆍ감정적 요소. 우리말샘

주21

덕이 높은 승려. 우리말샘

주22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돕는 보살. 사보살의 하나이다. 세상의 소리를 들어 알 수 있는 보살이므로 중생이 고통 가운데 열심히 이 이름을 외면 도움을 받게 된다. 우리말샘

주23

내세에 성불하여 사바세계에 나타나서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보살. 인도 파라나국의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의 교화를 받고, 미래에 부처가 될 수기(受記)를 받은 후 도솔천에 올라갔다. 우리말샘

주24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중생의 기근(機根)에 맞는 모습으로 나타난 부처. 우리말샘

주25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에 대한 이야기. 우리말샘

주26

아들 낳기를 기원하며 정성을 다하여 비는 일. 우리말샘

주27

어떤 것을 표지하기 위하여 세우는 돌. 수준점이나 삼각점 따위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있다. 우리말샘

주29

큰 돌을 몇 개 둘러 세우고 그 위에 넓적한 돌을 덮어 놓은 선사 시대의 무덤. 북방식과 남방식이 있다. 우리말샘

주30

매우 큰 돌. 우리말샘

관련 미디어 (1)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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