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수선화」는 전체 5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자유시의 형식에 역시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구조로 작곡된 통절 가곡이다. 피아노 전주와 간주를 포함하여 74마디로 되어 있는 마디 구성은 크게 보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나 기존의 가곡에 많이 사용된 가요형식에서 벗어나며 4분의 2박자로 시작하여 4분의 3박자로의 박자 변화와 내림 마단조로 시작하여 사장조를 거쳐 사단조로 끝나는 점 등이 특징이다. 보통 빠르기로 표정을 풍부하게(Moderato con espressivo)라는 지시어에서 보여주듯 셋잇단음표와 점점 느리게(ritardando), 늘림표(fermata) 등을 사용해 가사의 내용과 곡의 분위기를 극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피아노 반주 부분에서도 트레몰로(tremolo: 떨리다 라는 뜻으로 같은 음을 빠르게 반복함)와 옥타브를 사용하여 가사에서 나타나는 단어의 의미와 강렬한 분위기를 나타내주었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세게(ff)와 아주 여리게(pp)를 사용하고 pp보다 더 여리게(ppp)로 끝맺음하여 비극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였으며 자유로운 악상전개와 표현양식, 낭만적인 가곡의 서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김동명(1900∼1968)의 시 「수선화」에 1941년 만주 신경교향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던 김동진(1913∼2009)이 곡을 붙였다. 김동명은 강원도 강릉시 출생의 시인이자 정치가이며 「수선화」는 1936년에 발간된 그의 시집 『파초』에 수록되어 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붙일 곳 없는 정열을
가슴에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쓸쓸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작곡가 김동진은 평안남도 안주 출생으로 「가고파」, 「봄이 오면」, 「산유화」, 「못 잊어」, 「목련화」 등을 작곡하였다. 「수선화」는 가사가 주는 음악적 감동이 커서 곡의 앞부분을 김동진이 피아노를 치며 단숨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곡에서 수선화는 단순히 꽃의 이미지가 아니고 마음, 넋, 얼굴, 소곡, 애인 등으로 은유 되며 죽음과 다시 살아남, 쓸쓸함과 적막함, 애인과 사랑 등의 단어를 통하여 낭만적인 가곡의 서정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 면에서 수선화는 죽어서 멸망한 조선과 한민족을 상징할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난다는 광복운동을 노래한 시로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