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 필 『산수화조도첩』은 조선 17세기 대표화가인 이징의 산수 및 화조 그림들과 당대 문인들의 시문으로 구성된 시서화첩이다. 조선 전기 안견파 양식의 영향과 문인화풍 수묵화조화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이식, 이명한, 윤신지 등 당대 문인들의 시문도 함께 구성되어 조선시대 회화사와 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왕실 출신 화가 이경윤(李慶胤)의 서자(庶子)였던 허주(虛舟) 이징(李澄, 1581~?)은 모든 화재(畵材)에 두루 뛰어났던 17세기의 대표적 화가이다. 도화서(圖畵署)의 화원으로서 광해군과 인조의 총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대 문인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였다.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은 10폭의 산수화와 8폭의 화조화로 구성된 이징의 그림과 신익성(申翊聖, 15881644))의 서문, 정두경(鄭斗卿, 15971673)의 발문, 이식(李植, 1584∼1647), 이명한(李明漢, 1595∼1645), 윤신지(尹新之, 1582~1657) 등의 제시 37점을 수록한 시서화(詩書畵) 합벽첩(合壁帖)이다. 시문과 제발문 등을 통해 볼 때, 이 그림들은 1642년(인조 20)경에 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두루마리 형태로 존재했다가 1648년 무렵에 현재의 화첩과 같은 형태로 장정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점의 산수화는 각기 그림에 대한 시문과 짝을 이루고 장정되어 있다. 안견파(安堅派) 양식의 확장된 편파구도와 단선점준(短線點皴), 절파(浙派) 양식의 흑백 명암대비를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경물의 구조,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들은 화보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
8폭의 화조화는 2폭씩 화면 좌우 중심에 무게를 두는 대칭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새가 화면의 중심이 되고 꽃과 나무 등의 자연이 화면의 한쪽에 치우쳐 등장하는 소경산수화조화(小景山水花鳥畵 )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백로, 기러기, 금계, 백한, 원앙 등 각 폭마다 종류가 다른 새들이 한 쌍씩 등장하며, 새들의 모양과 자세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전형적인 화보풍 수묵화조화 양식을 보여준다.
17세기 최고 화가의 은일(隱逸)적 이상향을 구현한 수묵화들과 당대 유명 문인들의 시문으로 구성된 시서화첩(詩書畵帖)으로 조선시대 문화예술사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2018년 6월 27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