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문양과 시가 어우러진 백자청화매죽문시명병(白磁靑畵梅竹文詩銘甁)은 조선시대 문예 사조인 시화(詩畫) 일치 사상이 18세기 들어 더욱 심화되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백자청화매죽문시명병은 공처럼 둥글게 팽배하였으면서도 약간 갸름한 몸통과 적당한 굵기로 직립하여 뻗은 목, 그리고 밖으로 살짝 말린 아가리를 가진 백자병이다.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몸통의 중앙부 전후면에는 매화와 대나무를 묘사하고 그 사이에 시구를 적었다.
청화 농담을 옅게 하여 여러 개의 지선(地線)을 그리고 그 위에 윤곽선이 없는 몰골법으로 여러 그루의 대나무를 묘사하였다. 대와 가지, 죽간 모두 단선으로 묘사하였고 크기도 작고 큰 것을 조화롭게 배치하였다. 댓잎은 마치 삼지창처럼 보이듯이 좌우로 잎을 같은 크기로 사선으로 시문하여 17세기 이전의 잎 묘사와 다른 형식을 보인다.
심하게 구부러진 나무 밑동 위로 좌측으로 길게 늘어져 구부러진 가지 위에 듬성듬성 매화 잎을 묘사하였다. 매화와 대나무 사이 면에는 백자에 많이 시문되는 중국 당대 음주 시구(詩句)가 능숙한 서체로 쓰여 있다. 유태색(釉胎色)은 우윳빛의 맑은 유백색(乳白色)이다. 병 몸체에 균열이 잔잔하게 있으며 군데군데 철분과 유약이 말린 흔적이 있다.
백자청화매죽문시명병은 조선 후기 사군자 중 매화와 대나무 문양의 조형적 특징을 절제된 색채와 자유로운 필치의 선으로 잘 표현하고, 시화 일치 등 18세기 시대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04년 10월 30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