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설화는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운명이 현실 세계를 사는 인간이 어찌하지 못하는 초월적인 질서를 말한다. 운명설화는 이런 운명을 인간의 노력에 의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결말의 이야기 유형이 있다. 반면 인간의 노력으로는 거부할 수 없음을 기정사실화한 이야기 유형이 있다. 「복 달아나는 이야기」·「복 타러 가는 이야기」 등은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이다. 예정된 운명대로 실현되는 설화는 주어진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보여 준다. 운명설화는 미지의 힘에 대한 인간의 항변과 수용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 준다.
운명은 사주, 팔자라고도 하며, 현실세계를 사는 인물이 어찌하지 못하는 초월적인 질서를 말한다. 운명이 초월적 질서에 의해 인간에게 개입되면서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야기된다. 운명에 관한 설화는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예측하지 못한 것들을 주술이나 신화, 종교 등에 의존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운명설화는 운명을 인간의 노력으로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기정 사실화하려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와, 인간의 노력에 의해 회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로 양분된다.
〈복 달아나는 이야기(損福譚)〉 〈천생연분 이야기(天生緣分譚)〉 〈아들 여럿 낳을 팔자 가진 이야기(多男運譚)〉 등이 예정된 운명대로 실현되는 이야기 유형이다. 이와 달리 〈명 이어가는 이야기(延命譚)〉 〈호환 면한 이야기(虎患度厄譚)〉 〈하늘에 올라가 다른 사람의 복 빌린 이야기(車福譚)〉 〈복 타러 가는 이야기(求福旅行譚)〉 등이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 유형이다. 이 밖에 정해진 운명대로 생을 마감하는 유형의 이야기에서는 실현될 운명의 비극적 결과를 보여 주는 비극적인 결말의 이야기도 존재한다.
예정된 운명대로 실현되는 이야기 유형은 대체로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거부하려고 해도 거부할 수 없으며, 주어진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보여 준다. 또한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비극적 죽음이란 결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운명을 면하려고 하는 유형에서는 운명을 피하는 과정이 제시된다. 초월적 존재에게 빌거나, 호식당할 인물이 액땜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도를 모색하여 결국 호식을 면하거나, 가난한 인물이 하늘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의 복을 빌리거나, 가난한 인물이 복을 구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어 복을 받아 잘살게 되었다고 하는 결말이 제시되기도 한다. 정명론(正命論)의 사고를 부정하고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제시되는 것이다.
운명설화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동시에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헌 설화와 구전 설화, 그리고 본풀이 등에 수용되고 변이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식당할 팔자, 죽음을 거부하지만 마침내 운명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유형의 이야기가 복합된 것으로 이옥(李鈺)의 〈부목한전(浮穆漢傳)〉은 주목할 만한 문헌 설화의 특성을 보여 준다. 이와 달리 구복여행담의 근간을 한층 새롭게 변형시키면서 중요한 본풀이로 변형시킨 것도 있다. 가령 〈원천강(袁天綱) 본풀이〉는 운명담의 일부를 수용하면서 변형시킨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운명에 대한 이야기의 전승과 내용은 중국의 운명설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동아시아 재래의 운명관을 공통점으로 하면서 동시에 명리학(命理學)이나 사주팔자와 같은 낡은 시대의 주술적인 방식이나 학문을 공유하면서 생겨난 양상이다.
운명설화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신격, 초월적 힘 등에 의존하면서도 운명을 수용하는 쪽과 거부하는 쪽으로 나뉜다. 두 입장이 조합되고 변형되면서 다양한 구성과 얼개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이는 곧 운명론의 다극화된 양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운명설화는 미지의 힘에 대한 인간의 항변과 수용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