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주어문은 한 문장에서 하나의 서술어에 대응되는 주어가 두 개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이다. 겹주어문, 주격중출문, 중주어문, 이중주어 구문이라고도 한다. 언어유형론적으로 한국어가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아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다. 대소주어설, 서술절설, 대소 관계설, 기저적 단주어설, 주제어설, 다주어설, 다기능어설이 있다. 이 견해들은 각양각색의 이론적 배경과 분석 방법을 통하여 다양하게 드러났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타당도 높은 기술은 아직까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중주어문은 하나의 문장에서 서술어는 하나인데 그에 대응되는 주어가 두 개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이다. ‘코끼리가 코가 길다’에서 서술어는 ‘길다’ 하나인 반면, 주격 조사가 결합된 명사구는 ‘코끼리가’와 ‘코가’이다.
이러한 이중 주어문은 언어유형론적으로 한국어가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서,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한 주목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결론을 얻지 못한 상태로 몇 가지로 갈려 있다.
대소주어설은 가장 이른 시기 유길준이 제시한 견해로서 맨 앞의 명사구를 대주어 또는 총주어라고 하고 그 뒤의 것은 소주어라 부르는 것이다. 유길준은 총주어에 대해 다른 주어 위에 있어서 다른 주어 및 그 동작 형식을 통괄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러한 설명은 대주어가 일종의 주제 또는 상위 계층의 주어와 비슷한 구실을 한다고 하는 견해이다.
서술절설은 둘째 주격 명사구는 서술절을 이루어 첫째 주격과 겹문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곧, “코끼리가 코가 길다.”라는 문장은 [주어-서술절]의 구조로, 주어는 ‘코끼리가’이고 ‘코가 길다.’는 서술절로서 서술어 기능을 하며, ‘코가’는 서술절의 주어이다. 그리고 전체 문장은 서술절을 안은 겹문장이 된다. 이러한 견해는 최현배가 제시한 것인데 현재 학교문법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대소 관계설은 이중주어문장에 나타나는 주격 명사구들은 개념적으로 큰 명사구와 작은 명사구의 관계를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대소 관계의 유형은 ‘전체/부분’(whole/part)’, ‘부류/성원(class/member)’, ‘유형/표시(type/token)’, ‘총계/수량(total/quant)’, ‘피영향자/영향자(affected/affector)’ 5가지이다.
이 명사구들의 관계를 망라하여 알기 쉽게 기술함으로써 이중주어 문장의 의미적 실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어느 명사구가 서술어에 대한 주어적 기능을 한다든지, 어느 명사구가 구문적으로 주된 것이고 종속된 것인지 명사구들의 문법적 기능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밝혀지지 않았다.
기저적 단주어설은 변형 생성 문법 초기 단계의 이론을 바탕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중주어 문장에 나타나는 명사구 중에서 기저적인 주어는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기능의 명사구가 변형 과정에서 주격 형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견해이다. 곧 ‘코끼리가 코가 길다’와 같은 이중주어문은 기저적으로 ‘코끼리의 코가 길다’와 같이 단일 주어 문장인데 표면 구조에서 2개 이상의 주격을 보이는 것이다.
이 설에서는 기저의 유형을 기저의 속격이 표면 주격으로 바뀌는 경우(그 차의 속도가 빠르다 → 그 차가 속도가 빠르다), 기저의 처소/여격이 표면의 주격으로 바뀌는 경우(저 산에 나무가 많다 → 저 산이 나무가 많다), 기저의 시원격이 표면 주격으로 바뀌는 경우(이 고장에서 인물이 많이 난다 → 이 고장이 인물이 많이 난다), 기저의 수량 한정형이 표면의 주격으로 되는 경우(6명의 경찰이 있다→경찰이 6명이 있다) 8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기저적 단주어설은 일찍이 1947년 홍기문의 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홍기문은 이중주어문의 문장 표면에 따라 나타나는 주격을 위치에 따라 대주어와 소주어로 구분하고, 주격을 실질적 기능에 따라 ‘본주격(本主格)’과 ‘부주격(副主格)’으로 분석하였다.
‘그가[대주어] 재주가[소주어] 많다.’ = ‘너의[부주격] 바둑이[본주격] 국수다’와 같이 소주어에 해당하는 둘째 체언이 본주격, 곧 실질적인 주어에 해당하고 대주어는 ‘지격’, ‘대격’, ‘역격’ 등의 구실을 하는 부주격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술 방식은 언어 구조의 표면과 내면적 관계를 구분하여 분석 기술하였다는 점에서 변행생성문법의 기술 방법과 매우 흡사하다.
주제어설은 이중주어문의 주격 명사구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제의 구실을 하는 것을 보는 견해이다. 이 설은 표면 구조상으로 2개 이상의 주격 명사구는 대체로 주어라기보다는 주제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주제어는 기저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고, 기저적으로 속격이나 처격(여격) 등 다른 격에 속하는 것이 표면 구조에서 주제화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곧 주제어설은 이중주어문은 주제 개념의 도입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일찍이 박승빈은 이중주어문에 ‘문주(文主)’라는 용어를 도입하였다. ‘코끼리는 코가 길다’의 ‘코끼리는’이 문주에 해당하는데, 문주를 서술어의 주제되는 명사 즉 주어 이외에 그 문장의 주제로 사용되는 단어로 규정하였다.
박승빈은 주어가 문주의 자격을 겸하는 것이 원칙이나 ‘코끼리는 코가 길다.’의 문장은 문장의 요건을 다 갖춘 외에 문주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문주는 주제어설의 ‘주제’ 또는 ‘화제’의 개념과 비슷한 바가 있다.
다주어설은 이중주어문에 나타나는 주격 명사구를 모두 주어로 보는, 곧 중복 주어 구문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중주어문에 나타나는 모든 주격은 모두 ‘문법적 주어’가 되며 그것들은 순수한 구문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모두 주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 주어들을 대소 관계로 구분하는 대소 주어설과는 차이가 있다.
다기능어설은 이중주어문의 주격 명사구들이 가지는 기능이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밝힌 견해이다. 주격 명사구들이 지니는 격기능이나 문법 관계 기능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는데 이렇게 기능별로 나누어서 이중주어문의 문제를 다루는 견해이다.
이중주어문에 대한 많은 견해들은 각양각색의 이론적 배경과 분석 방법을 통하여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 일부 공통된 견해도 나타나고 있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타당도 높은 기술은 아직까지 제시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