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은 일본인에게 일본식 간장을 판매했던 미쓰야(三矢)장유양조장에서 출발하였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 박규회는 미쓰야장유양조장을 인수하여 집에서 장을 담가 먹을 수 없는 처지였던 월남인과 피난민을 상대로 장유업을 시작하였다. 그는 “내 가족이 먹지 않는 것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원칙 하에,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샘표 간장’을 만들어 판매하였다. 샘표라는 상호명은 ‘샘물처럼 맑다’는 것을 의미한다.
샘표식품은 1946년에 박규회 초대 회장이 미쓰야장유공장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때 공장이 불타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산 피난 시절에 조흥장유양조장을 매입하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1952년에 이미 ‘샘표간장’을 시판하였으나, 1954년에서야 ‘샘표장유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아울러 1954년 5월 11일에는 ‘샘표’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하였다(등록번호 제362호). 1959년에는 서울시 창동에 812평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였고, 이후 회사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분화됨에 따라 1971년에는 샘표장유양조장에서 샘표식품공업주식회사로 회사명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1986년 경기도 이천에 공장을 신축하여,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하였다. 이천 공장에는 콩을 저장하는 원료 탱크, 메주를 만드는 제국기, 발효 탱크, 살균 여과 장치 등과 같은 설비가 마련되었고, 모든 생산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1946년 8월 20일 조업을 시작한 이래, 샘표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1954년 샘표식품은 ‘천연양조 순곡간장’이라는 고급간장을 만들어 시중에 공급하였고, 장을 사 먹는 것이 낯선 고객들을 위해 직원들이 직접 시장을 돌며 간장 시음회를 열어 샘표의 간장 맛을 홍보하였다. 또한 고객 정보를 카드에 기입해 두고, 전화 한 통이면 집에서 간장을 받아볼 수 있는 소비자 카드 제도를 도입하였다. 1958년부터는 주한 미8군에 납품을 개시하였고, 품질을 인정받아 같은 해 10월 홍콩에 첫 수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72년부터는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미국 등지로 수출을 하였다.
샘표식품은 1955년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발효와 장을 연구하는 연구실(현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개설하였다. 이곳에서는 상품 개발은 물론, 간장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1987년 양조간장 500, 1992년 특급진간장 금S, 1994년에는 양조간장 701 등의 제품을 출시하였다. 그리고 전통 간장에 대한 오랜 연구가 결실을 맺어 2001년에 전통 조선간장을 복원하였고, 2010년에는 콩을 자연 발효한 요리에센스 연두를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샘표식품은 1975년에 샘표 소고기짜장을 선보인 이후 통조림, 샘표 소면, 샘표 국수장국 등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군을 출시하며, 종합 식품 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샘표식품은 해방과 함께 창립된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 기업이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담가 먹는 간장’에서 ‘사 먹는 간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장류를 상품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