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각(重刻)은 이미 펴낸 책을 다시 판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목판으로 간행한 책을 재간행할 때 기존 책판이 훼손 · 분실되어 사용할 수 없거나 내용의 증보(增補)나 · 산삭(刪削)으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경우, 책을 다시 편집하여 목판으로 판각하는 것을 중각이라 하고, 중각하여 간행한 책을 중간본(重刊本)이라 한다.
중각은 그 유형과 목적이 다양하다.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중요한 학술 자료의 유포나 기존 서책의 증보를 위한 중각도 있지만 동시대에 같은 책을 중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책을 간행한 뒤에 편차(編次)가 잘못되거나 틀린 글자가 많이 나올 경우, 유포하기 전에 교정을 거쳐 다시 판각하는데, 여기에는 간행 주체의 대립 · 변화 등이 감지되기도 한다. 즉, 한 집단 내에 간행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거나 간행의 주도권이 이동하면서 편집 지침이 다르게 적용되어 마침내 수정 · 보완을 넘어 재편찬까지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선시대 각지 서원에서는 각판(刻板)이 이루어졌는데, 그중 도산서원은 강학(講學)과 장서(藏書) 이외에 판각에 있어서도 전국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도산서원의 경우 초각(初刻)이 2/3 정도를 차지하며, 중각한 서적은 10여 종에 이른다. 그 목적은 도산서원에서의 강학을 위한 것과 그 이외의 유가류 서적의 판각을 포괄하였다.
중각 시 간행기를 기록하여 보각과 중각 과정의 간행 과정을 기록하였다. 『선생문집개간일기(先生文集改刊日記)』는 『퇴계선생문집』의 중각 과정을 기록한 간행 기록집이다. 이를 통해 중각 과정의 논의가 어떠했으며, 비용이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그리고 원고가 교정되는 과정, 판재가 마련되어, 장인이 각판하고, 인출되는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다. 중각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역할을 수행했던 도산서원의 각판 활동의 예를 통해, 당시 중각의 대상이 되었던 서적을 통해 학문적 주제와 사상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