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심(版心)은 고서에서 글자가 인쇄된 면을 바깥으로 향하도록 책장을 절반으로 접었을 때, 접힌 중앙부를 일컫는 용어이다. 판심(版心) 부분에는 ‘서명(書名), 권차(卷次), 장차(張次)’ 등이 간략하게 기술된다. 판구(版口)라고도 한다. 판심을 삼단(三段)으로 구분하면, 그 중단의 상하 부분에는 어미(魚尾)가 자리한다. 그 상단과 하단 부분을 ‘상비(象鼻)’라 칭하는데, 상하의 상비 부분에 흑선(黑線) 또는 흑지(黑地)가 있으면 ‘ 흑구(黑口)’라 칭하고, 상비 부분에 흑선(黑線) 등이 없는 공백 상태이면 ‘백구(白口)’라 칭한다. 판심의 상하 어미 사이의 부분에 해당 책의 서명이 기록되는데, 이를 ‘판심제(版心題)’라고 칭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 전통의 목판인쇄(木板印刷)는 인쇄하는 종이(책지(冊紙), 한지(韓紙))가 엷어야 하며, 먹물(묵즙(墨汁), 임즙(淋汁))로 한 면만을 인쇄하기 때문에 판본(版本)의 폭을 넓게 하였다. 그리하여 인쇄한 지면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종이를 정반(正半)으로 이절(二折)하여 접은 겹장을 한 장[一張]으로 하였다. 이렇게 이절하여 접었을 때 접힌 절선 부분을 ‘중봉(中縫)’이라 칭하고, 중봉으로 접힌 곳은 문자가 없는 여백(餘白)이어야 하기 때문에 공백(空白)을 둔 것이 곧 ‘판심(版心)’이다.
판심의 형식도 시대적으로 변천되어 왔다. 예컨대, 초기의 권자본(卷子本)은 말아서 보관하기 위하여 ‘봉(棒)’과 ‘축(軸)’이 필요했고, 첩장(帖裝, 당대(唐代))이나 호접장(胡蝶裝, 송대(宋代))은 판(版)의 중심이 안쪽에 붙어있어서 아무런 장식(裝飾)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포배장(包背裝, 원대(元代))과 선장(線裝, 명대(明代), 조선시대(朝鮮時代))에서는 판(版)의 중심이 바깥 측, 즉 전면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인쇄된 지면의 중간이 접히는 부분을 중봉(中縫)이라 한다.
판심에 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판식(板式)에서의 중앙부, 예컨대 선장본(線裝本)을 인쇄하기 위한 ‘인판 틀(우리: 광곽(匡郭), 판광(版匡))’ 안에서 좌우로 약 10행(行)씩의 계선(界線)을 마련하여 본문의 활자를 배치함으로써 글자를 새긴다. 이때, 인판 틀의 좌면(左面)과 우면(右面) 사이의 중앙부가 바로 판심 부분이 된다. 판심은 세로로 3개로 구분되는데, 그 상단과 하단 부분을 ‘판구(版口)’라 칭한다. 이들 판구는 ‘상비’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때 상하의 상비 부분에 검은 선이 새겨져 있으면 이를 흑구라 칭하는데, 이 흑구의 크기가 작으면 소흑구(小黑口)라 하고, 흑구의 면적이 크면 대흑구(大黑口)라 칭한다. 흑구가 아주 클 때에는 태흑구(太黑口)로 구별하기도 한다. 판심 중간 단의 아래위 부분에는 어미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상어미(上魚尾)’와 ‘하어미(下魚尾)’ 사이에는 판심제와 권차가 제시된다. 이 판심제에는 일반적으로 생략 서명(省略書名)으로 기입된다. 하어미 아래의 판구에는 장차가 제시되기도 한다. 위와 같이, 판심에는 흑구와 어미, 판심제와 권차 및 장차 등이 자리 잡으면서 책의 중앙 부분을 장식하는 역할도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