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억망 일대기」는 1933년 최영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네칸만화이다. 식민지 조선의 빈곤한 지식인의 표상인 「전억망 일대기」는 실업편, 연애편, 무자막, 종결편 총 4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었다. 근대적 문물에 빛나는 경성의 속물적 인간 군상과 그 이면에 가려진 비참한 조선 민중의 현실을 풍자했다. 스스로를 룸펜이라 자조하는 전억망은 시대적 상황을 고민하고 비판적 시선으로 세태를 읽어내며 당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33년 10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일송 최영수[1911~1950 추정]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네칸만화이다. 최영수는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일본의 가와바타 미술학교[川端畵塾]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1933년 『신동아』에 입사해서 『동아일보』, 『신가정』 등에 만화와 만문만화, 삽화 등을 그렸다.
「전억망 일대기」는 실업편[20편], 연애편[10편], 무자막 후뚜루마뚜르[8편], 종결편[5편]으로 총 4편의 시리즈로 연재되었고, 실업편과 무자막, 종결편은 밭 전(田)자 형식의 네칸만화로, 연애편은 현대 네칸 시사만화의 형식인 눈 목(目)자 형식의 만화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기승전결의 구조로 ‘결’을 통해 전복적 웃음을 담아낸 네칸만화의 전형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결’은 씁쓸한 웃음을 담은 당대 소시민의 비애로 가득 찬 식민지 조선 지식인의 현실 개탄을 담고 있다.
주인공 ‘전억망’은 ‘酒식회사’에 입사한 지 3일 만에 해고 통지를 받는다. ‘이까지 직장’이라고 허세를 부리지만, 취업 턱으로 술에 취해 걸어가는 한 무리의 직장인을 부러워하며 ‘룸펜의 가을은 서러웁다’라고 자조한다. 빈곤한 지식인의 표상인 전억망은 취업도, 연애도 쉽지 않다.
작은 일자리에도 경성 거주자 2명의 보증인이 필요하고, 양복점 앞에서 동사(凍死)하고, 식당 앞에서 아사(餓死)하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 좀 바루잡아주슈!’라고 하나님께 외치는 에피소드는 모순으로 점철된 조선의 현실을 담고 있다.
최영수는 만화란 “인정세태(人情世態)에 천착(穿鑿)하는, 웃음을 통해서 표현되는 ‘인생비판(人生批判)’의 회화”라고 정의했다. 「전억망 일대기」는 최영수의 만화 정의를 그대로 녹여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개탄스러운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최영수는 「전억망 일대기」 연재를 예고하는 첫 회에서 “세상에 넘쳐나는 것은 비애(悲哀)와 모순(矛盾)”이라고 말하면서 ‘전억망’이라는 만화적 가상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어 “그것으로 그 ‘야릇한 세상’을 해부(解剖)”하고자 한다고 연재 이유를 밝혔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여파와 일제의 침략 전쟁은 조선에 정치 풍자를 금지하고, 언론의 만화는 넌센스와 유머 만화가 강세를 이루었다. 이런 시기 최영수의 「전억망 일대기」는 1930년대 가난하고 소외된 존재인 조선 인텔리의 비애를 자조적으로 표현해, 근대적 문물에 빛나는 경성의 속물적 인간 군상과 그 이면에 가려진 비참한 조선 민중의 현실을 풍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