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박씨(密陽朴氏). 호는 함명(函溟). 전라남도 화순 출신. 아버지는 양구(陽九)이며, 어머니는 오씨이다. 어려서부터 지혜가 빼어나고 눈빛이 별과 같았다. 14세에 만연사(萬淵寺)로 출가하여 풍곡(豊谷)을 의지하다가 다음해 득도(得度)하였으며, 백양사의 도암(道庵)화상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뒤에 선암사의 침명(沈溟)을 찾아가 5년 동안 널리 삼장을 섭렵하였으며, 침명이 감탄하여 대계(大戒)를 전하였다. 1849년(헌종 15) 서석암(瑞石庵)에서 건당(建幢)하여 풍곡의 법등(法燈)을 이었고, 이로써 임제(臨濟)의 적전(嫡傳)이 되었다.
선암사로부터 청을 받아 남북의 두 암자에서 경을 강하니, 와서 수학하는 자가 끊이지 않았다. 1866년(고종 3) 익운(益運)에게 법을 전한 다음 30여 년 동안 더욱 정진하였는데, 사람들이 모두 “진불(眞佛)이 출세하였다.”고 하였다.
하루는 대중에게 말하기를 “불교 3,000년에 다만 소승의 교리만 행하여 불지(佛旨)로써 세상의 운세에 참여한 즉, 대승의 종지(宗旨)는 500세(世) 뒤에 응창(應昌)하지 못하나니, 부처님의 원력(願力)이 무공(無功)하여 능히 대지(大地) 범중(凡衆)으로 하여금 원만히 정각(正覺)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였다.
선교(禪敎) 외에도 유학과 성리학에 통달하여, 유가의 지인용(知仁勇)은 곧 불가의 비지원(悲智願)이라 하고 또, 불교의 삼보(三寶)는 증전(曾傳)의 삼강령(三綱領)에 가깝다고 하는 등 이들의 비슷함을 지적하였다. 저서로는 『치문사기(緇門私記)』 1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