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을 목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으로 보이며, 권두에 1791년(정조 15)에 쓴 저자의 자서가 있다.
17권 8책. 필사본.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시(詩) 권1∼12에 시 1,255수, 문(文) 권1∼3에 기(記) 7편, 변(辨) 1편, 서(書) 5편, 발(跋) 5편, 설(說) 5편, 격문 1편, 전(傳) 2편, 명(銘) 1편, 문(文) 2편, 혼서 1편, 상량문 1편, 서(序) 3편, 대책 1편, 제문 1편, 부록 권1·2로 구성되어 있다.
시는 분량이 많은데 개구성편(開口成篇: 입만 열면 시가 완성됨)의 속작이면서도 시의(詩意)가 간결하고 시관(詩觀)이 투철해 저자가 시에 뛰어난 자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몽(記夢)」·「침상서회(枕上書懷)」에는 시와 학문에 대한 애착심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복거(卜居)」·「출교(出郊)」에는 한가하고 소박하며 순후한 농촌의 정경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밖에 「한식(寒食)」·「제석(除夕)」·「동지(冬至)」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감회를 읊은 시다.
변의 「청어부주변(靑魚不走辨)」에서는 청어는 비록 미물이기는 하지만, 어떠한 박해나 위험에도 제가 살던 곳을 지키고 달아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환경에 따라 변모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풍자하였다. 설 가운데 「승설(繩說)」에서는 한가한 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를 꼬아 보니,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겠더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뭉치가 커지는 것이 눈에 띈다고 하면서, 공부하는 것을 그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동호삼일기(東湖三日記)」는 강원도관찰사의 막부에 번관(燔官)으로 차출된 뒤 임무 수행을 위해 3일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일들을 적은 것이다.
서(書) 가운데 「상윤판서서(上尹判書書)」는 윤시동(尹蓍東)에게 보낸 글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사항을 비롯해 사대교린(事大交隣)·군정(軍政)·풍속 등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였다. 「열녀달성서씨전(烈女達城徐氏傳)」은 풍기에 사는 서은달(徐恩達)의 딸이 남편의 뒤를 따라 원사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