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45면. 창원사에서 1974년 6월 1일에 발행하였다.
시집의 앞부분에 표승현(表丞鉉)이 그린 ‘저자 소초’가 있고, 목차, 제1부∼제3부에 총42편의 작품, 시인의 ‘후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지의 제목 글씨는 김구용(金丘庸)이 썼다.
1부에는 「춘궁기Ⅰ」, 「보리필 무렵」 등 15편이 실려 있는데 고향의 자연과 일상의 정취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리 필 무렵」의 마지막 연 “비록 푸르름이/시장기를 더해 준다 하나,/여기 밀폐된 궁중에/오래오래 살고 싶다”에서 보듯 세계와 서정적 자아와의 합일을 노래하는 작품들이다.
「가을 운동회」는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의 풍경을 자연스럽고 친근감 있게 표현하여 한 동안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둥둥 북소리에/만국기가 오르면/온마을엔 인화가 핀다”로 시작하여 “온갖 산들이/모두 고개를 늘이면/바람은 어느 새 골목으로 왔다가/오색 테이프를 몰고 갔다”로 마무리된다.
2부에는 「유수작용Ⅰ」, 「계곡에서」 등 17편이 실렸는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그려낸다. 특히 “비오는 날/오래도록/눈을 감고 있으면/온몸이 점점 물에 뜬다”(「비오는 원두막」)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연과 동화되는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3부에는 「어머니 얼굴」, 「항아리」 등 10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은 자연친화적이고 토속적이며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일상적 삶의 체취가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은 전통적 서정의 순정성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