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36면. 심상사에서 1979년 9월 2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목차, 50편의 작품, 성찬경(成贊慶)의 해설(「원(圓)에 환원된 조화와 심도」), 시인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속표지의 저자초상을 김영태(金榮泰)가 그렸다.
이 시집에 실린 50편의 시들은 주로 여행과 일상에서 얻은 시정들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는 인도 시인대회 여행 중에 쓴 시편과 ‘열병’ 연작이 눈에 띤다. 시집 말미에 수록된 ‘저자 약력’에 따르면, 시인은 1975년에 ‘아세아 시인대회’가 열리는 인도 ‘마드래스(Madras)’를 여행하였는데, 이 여행 중에 쓴 시편이 「여름 까마귀」, 「뱅갈만에서」, 「마드래스여 안녕」 등이다.
이 중 「마드래스여 안녕」은 “하늘과 숲이 맞닿은 꿈의 도시/진주빛 검은 열매는 안으로 익고/그대 눈빛 마주친 「라자지」 홀에서 아시아의 시는 술처럼 익는다”로 시작하는데 시인대회에서 느낀 시정을 잔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여행」이나 「공주에서」 등 다수의 여행 시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열병’ 연작 6편은 화자의 탄생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열병1」은 “내가 어머니 뱃속에/잠들고 있을 때/서쪽 하늘 마른 번개가/서둘러 댔다”와 같이 시작한다.
이 시집에는 불교적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은데 「원왕생가」나 「관세음상」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달’이다. 표제시 「불타는 달」은 “노란 빛을 내 살 속에 뼈 속에/넣어 주던” 모습에서 “까만 숯”이 된 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가는 달을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이 시집은 여행과 일상에서 느낀 시정을 담담하면서도 상징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의 시들은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물 이미지의 추구와 삶의 모순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주제와 표현 양식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