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84면. 영웅출판사에서 1953년 7월 3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시인의 ‘자서’, 제1부∼제5부에 걸쳐 총23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표지의 ‘겉그림’은 변종하(卞種夏)가 그렸고, 속표지 다음에 별첨한 ‘속그림’은 정점식(鄭點植)이 그렸다.
이 시집은 『해』에 이은 박두진의 두 번째 개인시집이다. 시인은 ‘자서’에서 여기에 실린 작품 23편 중 「산에 살어」, 「해수(海愁)」, 「한아름 해당(海棠)꽃이」, 「고향」 등 4편을 제외한 19편은 대구로 피난 온 2년 기간 중에 쓴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시집의 제1부에는 「비(碑)」, 「오도(午禱)」 등 5편, 제2부에는 「아침에」,「오월의 기도」등 4편, 제3부에는 「산에 살어」,「해수」 등 6편, 제4부에는 「아버지」와 「고향」 2편, 제5부에는 「학」,「달과 말」등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6ㆍ25 전쟁 중에 쓴 것들이지만, 전란의 참상을 그대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연에 대한 생명의 경외감으로 혹은 신앙적 관점으로 현실의식과 역사의식을 내면화하는 작품들이 많다. 예컨대, 제1부에 실린 「비(碑)」에서는 “한 마리만 푸른 새가 날아 오르라. 비(碑). …… 한 마디만 길다랗게 소릴 뽑으라”와 같이 간절한 염원을 노래하거나, 「오도(午禱)」에서는 “백 천만 만만 억겹/찬란한 빛살이 어깨에 내립니다//작고 더 나의 위에/압도(壓倒)하여 주십시오 (……) 눈물도 더욱 더 말게 하여 주십시오/땀방울이 더욱 진하게 해 주십시오/핏방울이 더욱 더 곱게 하여 주십시오”와 같이 절대적 세계에 대한 갈구를 형상화한다.
한편, 이 시집에는 다수의 산문시가 시도되고 있는데, 「기(旗)」, 「밤의 무게」, 「오월의 기도」, 「산에 살어」, 「해수」, 「한아름 해당꽃이」, 「고향」, 「달과 말」, 「벗에게」, 「섬에서」, 「바람이 불어오오」, 「흰 탑(塔)과 어둠과 아침바다 종(鐘)소리와」 등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시집은 시인의 신앙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삶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자기 폐쇄나 혼돈을 이겨내고 내밀한 종교적 체험을 시적 감수성으로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