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13면. 민음사에서 1980년 7월 1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속표지 앞에 한 장의 시인 사진, 목차, 김우창(金禹昌)의 해설(「시의 언어ㆍ시의 소재」, 1부∼5부에 총51편의 작품, 시인의 ‘연보’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월식’에는 「무지개」, 「월식」, 「세우」 등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오늘은 비 개이고 맑은 언덕/아이가 걸어간다/혼자서/하늘나라로 하늘 나라로/무죄의 층계를 밟아 오른다”(「무지개」)에서 보는 것처럼 환상적인 서술, 과감한 생략과 압축 등이 돋보인다.
2부 ‘타우누스 양로원의 밤’에는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바드 소덴 시편」은 1970년대 독일에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러 간 한국 여성의 애환을 그리고 있고, 「타우누수 양로원의 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의 타우누스 숲속에 있는 시립양로원을 배경으로 하여 삶의 비극적 인식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은 1970년대 초반 독일에 체류했던 시인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3부 ‘두더지의 앞발’에는 11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만사(輓詞) 6장」은 빙모의 초상을 치른 기억을 다루고 있고, 「두더지의 앞발」은 땅콩 밭을 갈다가 마주친 두더지를 묘사하고 있다.
4부 ‘하급반 교과서’에는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하급반 교과서」는 그저 따라 읽기만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을 반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해방둥이」는 월남전에서 부상당한 친구의 고달픈 삶을 그리고 있다.
5부 ‘헬리콥터’에는 11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옛날에 옛날에’ 연작 4편은 옛날이야기의 어법으로 비정한 삶의 여러 모습을 그리고 있고, 「세멘 포대」는 빌딩 신축 공사 현장 노동자의 비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집은 시적 대상이 되는 당대의 어두운 현실을 시인의 날카로운 직관을 통해 그 의미와 실체를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직관적인 방식은 시인의 감각적이고 명징한 언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