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장태윤(박암 분)의 부인 오선영(김정림 분)은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양품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선영은 동창 최윤주(노경희 분)를 만나 같이 어울리면서 댄스파티에 가게 되고 옆집 청년 신춘호(이민 분)에게 춤을 배우는 등 점점 가정과 멀어지는 행보를 보인다. 장 교수는 한글을 가르쳐주면서 만난 타이피스트 미스 박(양미희 분)에게 이끌리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녀와 그만 만나기로 한다.
한편 양품점의 한태석 사장(김동원 분)은 선영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오고, 한 사장의 부인은 장 교수에게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 선영의 타락을 폭로한다. 선영은 한 사장과 호텔에서 포옹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 사장 부인에게 뺨을 맞고 거리로 뛰쳐나온다. 선영은 잘못을 뉘우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장 교수는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 경수의 부탁으로 빗장이 열리고 경수는 집 앞에 서 있는 선영에게 뛰어가 안긴다. 그녀는 다 자신의 잘못이라며 흐느끼며 반성한다.
1950년대 대학교수의 춤바람을 그린 소재로 이미 원작소설 「 자유부인」 자체가 당대 한국 사회에서 큰 화제이자 논쟁거리가 된 바 있다. 한형모 감독이 만든 이 영화 역시 영화 속 키스 장면으로 상영 허가가 내려지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일부 러브 신을 삭제하고 상영 허가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영화는 서울의 개봉관에서만 약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원작자 정비석 역시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만족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영화는 1990년까지 5차례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한국영화사에서 흥행적으로 검증된 소재였다.
「자유부인」의 성공은 단순히 원작의 지명도나 키스 장면의 연출과 같은 소재의 자극성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완성도가 뛰어나 당대 한국영화 평자들에게서 극찬을 받았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인식되었다.
원작자 정비석은 “영화 예술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면은 소설로서는 도저히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영화 「자유부인」에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라며 만족감을 표하였고, 당대 문학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이봉래는 “현대 풍속도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그 정확한 '터치'와 율동적인 수법은 위에서 말한 현대 감각을 표현”하였다고 평하였다.
이 영화 이후 소위 ‘현대영화’라는 것이 유행어처럼 퍼졌는데, 이는 전후 혼란스러운 당대의 감각과 의식을 표현한 일군의 영화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그만큼 「자유부인」은 한국전쟁 이후 소위 전후 사회의 문화적 풍토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그려내는 1950년대 중반은 한국전쟁으로 기성의 윤리가 무너진 가운데, ‘댄스홀’로 대표되는 미국 문화와 가치가 유입되어 혼란해진 일종의 아노미 상태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선영은 종국적으로는 처벌받고 반성하며 가정으로 복귀하지만, 1990년대 이후 페미니즘 평론의 등장과 함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선영의 태도가 재평가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선영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가부장적인 질서에 도전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인정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