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장미희 분)는 익명으로 자신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던 부잣집 아들 요섭(신광일 분)을 만나 호감을 가지고 데이트를 한다. 요섭을 따라 그의 아버지의 별장으로 간 이화는 요섭이 자신을 안으려고 하자, 요섭을 뿌리치고 그곳을 뛰쳐나온다. 요섭은 이화가 자신을 무시한 데 비관하여 자살을 하고, 이화는 충격에 빠진다.
대학생이 된 이화는 교문 앞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온 대학신문 기자 우석기(김추련 분)와 사랑에 빠진다. 학생운동에 가담한 우석기와의 만남 덕에 이화는 사회의식에 눈을 뜨게 되나 우석기는 군 제대를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이화는 고교 은사인 허민(신성일 분)과 우연히 재회한다. 이화는 이혼 후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허민과 데이트를 즐기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맡긴다. 그러나 허민이 결혼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허민과 그의 전 부인이 재회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떠난다.
1977년 9월 27일 개봉하여 133일 간 상영되는 동안 5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이 가지고 있던 기존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갱신하였다. 이 기록은 1990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에 의해 갱신되기까지 10여 년간 지속되었다. 신예 배우 장미희는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여배우의 전성시대를 이끌 새로운 트로이카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게 된다.
「영자의 전성시대」를 만들었던 김호선의 또 다른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김호선은 하길종, 이장호와 함께 70년대 새로운 세대의 영화를 만들었던 소위 청년영화의 기수라 할 수 있고, 이들은 1975년 ' 영상시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함께 하였던 영화적 동지였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에는 이장호의 「별들의 고향」,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상황과 캐릭터, 장면들이 녹아 있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감각적인 편집과 생동하는 캐릭터, 주관적이고 실험적인 미장센, 당대 청년문화의 일부였던 음악인들과 함께 한 영화음악, 그리고 도시성 등이라 할 수 있다.
고교 은사 허민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허민을 위로하기 위해 육체를 내맡기는 이화의 행동 묘사는 기존의 윤리관과 성도덕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당대 한 평자는 영화의 표현기법에서는 수준급이나, 허민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기를 사랑하다 죽어간 두 남자에 대한 한 푼의 고뇌나 미련도 없이 스스로 육체관계를 맺는 이화의 행위는 너무도 무책임하다”고 썼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화의 위대한 점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뒤로 후퇴하지 않는 것'이라는 평가나, '1970년대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여성상'이라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