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백호빈(안성기 분)은 영주권을 얻고 임신한 아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시민권자인 제인(장미희 분)과 위장결혼한다. 제인은 주한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왔으나 그의 폭력과 미국 생활의 공허함에 지쳐 이혼하고, 위장결혼 계약으로 돈을 벌고 있다.
제인과 이혼하고 한국의 아내를 불러올 생각에 들떠 있는 백호빈과 달리, 그를 사랑하게 된 제인은 이혼을 해주려 하지 않고 백호빈에게 임신하였음을 밝힌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사막에 버려두고 온 여인마저 찾아와 진퇴양난에 처한 백호빈은 제인에게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자고 말한다.
이동 중 사막의 계곡에서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백호빈에게 제인은 임신이 거짓임을 알리고, 마음이 풀어진 백호빈은 그녀와 함께 이혼 여행을 가기로 한다. 그러나 출발하려는 차에서 백호빈은 제인이 가지고 있던 한국 부인에게서 온 음성 테이프에서, 그녀가 백호빈에게 지쳐 아이를 지우고 새로 결혼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을 듣는다. 백호빈은 광기에 차 난폭하게 차를 몰고, 제인은 백호빈을 권총으로 쏜 후 자신의 머리에 총을 갖다 댄다.
1985년 3월 1일 명보극장에서 개봉하였다. 서울 개봉관에서만 49만 5000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여 그해 흥행 랭킹 1위 「 겨울여자」(김호선, 1977)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 2위에 올랐다. 상당수의 문헌이 이 영화가 60만 명을 돌파, 「겨울여자」의 흥행 기록을 갱신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명보극장 개봉 이후 후속 상영관인 코리아극장에서의 기록을 합친 것으로, 공식 기록이라 할 수 있는 『한국영화연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의 올 로케이션 촬영, 도미 후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미희의 출연,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세련되고 모던한 영상, 최신 기술의 100% 동시 녹음 사운드는 세간의 화제였다. 최인호의 원작이며 최인호가 직접 각색에도 참여하였다.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에 이어 최인호, 안성기, 배창호 트리오가 함께 한 세 번째 작품이다.
1980년대 초중반 이장호와 함께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배창호의 대표작이다. 흥행 성적도 좋았지만 영화적 완성도나 예술성의 측면에서도 당대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감독은 이 영화의 출발에 대해, 미국 대사관 앞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만큼 당대 한국인들이 가진 아메리카드림의 허상과 비극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내 “1980년대 들어와 달라진 미국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인상적으로 보여준 첫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들의 황폐한 삶과 죽음을 시각화한, 미국 서부의 황량하고 광대한 사막 배경의 첫 장면과 끝 장면은 한국영화사의 명장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