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민음사(民音社)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민족항일기 작가들을 주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목차는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궁핍한 시대의 시인’으로 <일제하의 작가의 상황>·<한국시와 형이상(形而上)>·<한국 현대소설의 형성>·<궁핍한 시대의 시인> 등의 글을 통해 민족항일기의 작가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이 책의 핵심이 된다.
제2부는 ‘예술가의 양심과 자유’로 <민족주체성의 의미>·<구부러짐의 형이상학>·<예술가의 양심과 자유> 등 개별적인 시인·작가론들을 실었다.
제3부는 ‘비평과 현실’로 <사고와 현실>·<문화·현실·이성> 등 문학평론서들을 다룬 글들을, 제4부는 ‘방법에 대하여’로 <주체의 형식으로서의 문학>·<물음에 대하여> 등 문학연구 방법론을 다룬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민족항일기의 작가들에 대한 저자의 견해들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새롭고 섬세하다. 기존의 통설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이광수(李光洙)의 친일개종(親日改宗)을 한결 관용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염상섭(廉想涉)과 한용운(韓龍雲)에 대한 체계적이고 독창적인 이해라든가, 그 시대의 질곡의 왜곡적인 효과를 받음에 있어서 시와 소설의 역사적 전개양상이 어떻게 다른가 등이 그러하다.
이 책에서 표면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민족항일기의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주장들과 거기에 이르게 한 섬세한 분석이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한 저자의 방법론이 돋보인다.
저자는 게슈탈트심리학·과학철학·실존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철학 등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인간현상을 개인과 그가 마주치는 문제적 상황과 발전적인 역사관을 결합하여 고찰하려는 방법론을 설정하고 있다.
핵심은 저자가 ‘역사적 주체성’ 혹은 ‘보편적 주체성’이라고 부른 인류 전체의 역사적 의식이다. 보편적 주체성은 저자의 다음 저서인 ≪지상(地上)의 척도≫에서 거론되는 ‘보편적 인간의 이념’을 지향한다고 한다.
이 이념은 궁극적으로 보편적 인간의 행복되고 조화로운 삶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주체성에서 볼 때에 보편적 주체성은 역사성 및 타자(他者)들의 주체성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드러나는 법이 없고 추구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그것이 지향하는 보편적 인간의 이념 또한 그 뚜렷한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개인의 주체적 실천이 어떻게 보편적 주체성의 지향과 일치할 수 있는지 또한 알 수 없다. 이 점에서 저자의 근원적으로 낙관적인 인간관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상태에 있어서 개인의 주체성은 그냥 보편적 주체성에 일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척도≫에서는 이 점이 한결 상세히 ‘필연의 내면화’라는 형태의 자유로 설명되어 있다.
저자에 의하면 정녕 참된 자유란 보편적 인간 이념의 필연에 합일하지 않을 수 없다. 달리 말해 개인의 정녕 참된 주체성은 필연적으로 실현될 보편적 인간의 이념을 지향하는 보편적 주체성에 일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를 실천하게 하는 우리의 욕망은 순수하지 못한 가짜 욕망인 경우가 많고, 그 실천의 양식인 선택은 또한 상황에 많이 좌우된다.
이러한 한계를 초월하여 순수한 욕망에 의해 상황의 제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자유, 즉 참된 자유라면 정녕 인류 모두의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실현시키는 데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자유가 그렇지 못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찌하였든 이 연구서의 방법론적인 성찰이 보여주는 인간학적 및 철학적 이해는 우리 나라에서 이전에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하겠고, 이 점이 이 연구서의 가장 큰 의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