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르조아의 인간상』은 해방기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하던 비평가 김동석이 발표한 평론집이다. 청년문학가협회 등의 우파 문학단체들의 문학론에 맞서 논쟁을 주도했던 김동식의 문학관이 잘 드러나고 있다. 경성제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영미문학의 영향을 받았던 저자의 문학관 또한 일정 부분 드러내주고 있다. 1949년 탐구당서점(探求堂書店)에서 간행하였다. 총 19편의 논문을 3부로 나누어 Ⅰ부 ‘순수(純粹)의 정체(正體)’에는 5편, Ⅱ부 ‘생활(生活)의 비평(批評)’에는 3편, Ⅲ부 ‘고민(苦悶)하는 지성(知性)’에는 11편을 수록하였다.
저자 김동석은 해방기 조선문학가동맹의 평론가로서 조선청년문학가협회 등의 우파 문학단체들의 문학론에 맞서 논쟁을 주도했다. 이러한 저자의 문학관은 “문학이 문학만을 대상으로 하다간 이른바 순수파가 빠진 그 함정에 빠질 염려”가 있으며 “언제나 우리는 현실과 시대와 역사에 부딪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평론집은 경성제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영미문학의 영향을 받았던 저자의 예전 문학관도 일부 드러내고 있다.
Ⅰ부 ‘순수(純粹)의 정체(正體)’에 실린 글들은 안회남, 김동리, 이광수, 김광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어서 논쟁적 성격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순수의 정체」는 식민지 후반기에 발표된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巫女圖)」와 「혼구(昏衢)」, 그리고 논문 「신세대의 정신」, 「리얼리즘으로 본 당대 작가의 운명」을 비판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저자는 김동리가 강조한 ‘순수문학’이 식민지 후반기의 일제적 현실을 심미적으로 부정하거나 반항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그 문학관이 해방 이후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순수문학론’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역사를 표상할 세계관을 지니지 못하며 ‘개성과 생명의 구경(究竟)’을 추구하지 않는 문학을 ‘외래의 이데올로기나 시대적 조류’로 치부하고 있음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반면 Ⅱ부에 실린 글들은 셰익스피어의 산문, 매슈 아놀드의 비평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어 영미문학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보여준다. 저서 Ⅱ부에 실린 「생활(生活)의 비평(批評)」은 ‘매슈 아널드 연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매슈 아돌드 비평관의 핵심을 ‘대상을 실재하는 그대로 보는’ 정신에서 찾고 있고, 그 정신이 “시는 생활의 비평이다”라는 정의에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시의 내용이 되는 사상은 생활을 실재하는 그대로 보는 데서 귀납적으로 나타나며 그 사상이 예술적 표현을 얻을 때 시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이 글의 후반부에서 남조선의 현실에 시가 될 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서 Ⅲ부에 실린 「고민하는 지성-싸르트르의 실존주의」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세계 지성계에 유행하고 있는 사르트르의 사상을 「실존주의와 휴머니즘」에 기반을 두고 소개한 후 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 저서는 존재가 본질보다 앞서기 때문에 사람이 자기 본질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을 실존주의의 제1 원리로 규정하며 사르트르가 ‘직접적인 자아의 의식’을 절대적 진리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사르트르의 사상이 객관 세계와 역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과 그 판단에서 귀납되는 행동 원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뿌르조아의 인간상』은 매슈 아놀드를 비판하고 이를 넘어서려고 한 김동석 비평이 담긴 저작으로 평가되었다. 이 저작과 비슷한 시기 발표된 『예술과 생활』은 김동석이 지적 구원 또는 개인의 내면의 완성으로서의 비평에서 좌익적 견해가 담긴 민족문화론으로 비평의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 놓여 있다고 평가된 것이다. 해방기 문학사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에 작가론을 통해 응답하고 있다는 점, 그 결과 관념적이고 교조적 비평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 외국문학 연구의 주체화를 모색했다는 점 또한 이 저서가 지닌 의의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