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명최승왕경소』는 신라 출신의 당나라 유학승으로 유식학에 조예가 깊었던 승장의 저술이다. 『금광명최승왕경』은 『금광명경』에 대한 여섯 차례의 한역본 중 제6역이다. 본경은 여래의 수명(壽命)·삼신설(三身說)·다라니(陀羅尼)·사천왕(四天王)의 호국(護國)·국왕의 올바른 통치법·계절에 따른 병의 발생 원인과 치유법 등을 다루고 있어서 대승의 근본교리와 밀교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라의 여러 학자들이 본경에 대한 주석서를 찬술하였지만 현재 집일본의 형태로라도 편찬된 것은 본서와 원효의 『금광명경소』 뿐이다.
『금광명최승왕경소』는 당나라 의정(義淨)이 703년에 번역한 『금광명최승왕경』 10권을 주석한 책으로 현존하지 않는다. 『화엄종장소병인명록(華嚴宗章疏并因明錄)』과 『동역전등목록(東域傳燈目錄)』에 그 명칭이 보이는데, 모두 8권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안계현(安啓賢)이 편집한 집일본(輯佚本)이 『불교학보』 제2집(1964년), 제3·4합집(1966년)에 실려 있고, 이 집일본을 모은 책이 한국불교전서 제2책에 수록되어 있다. 이 집일본은 원효(願曉, 835∼?)의 『금광명최승왕경현추(金光明最勝王經玄樞)』 10권, 명일(明一)의 『금광명최승왕경주석(金光明最勝王經註釋)』 10권, 평비(平備)의 『최승왕경우족(最勝王經羽足)』 1권, 상등(常藤)의 『주금광명최승왕경(註金光明最勝王經)』 10권에 인용된 승장의 글 중 간접 인용문과 직접 인용문을 모두 발췌하여 모은 것이다.
안계현이 편찬한 집일문은 모두 다섯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섯 단락의 제목은 ① 가르침의 배경[敎興因], ② 가르침의 본질[顯宗體], ③ 뜻을 해석함[明義釋], ④ 명칭의 뜻을 해석함[釋名義] ⑤ 본문에 대한 품별 해석이다.
①은 간접 인용문으로 제시되었다. 본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삼승에 의거하는 부류와 일승에 의거하는 부류로 나누고 승장은 삼승에 의거한다고 하였다.
②에서는 진제삼장(眞諦三藏)의 해석을 인용하여 이 경을 삼신(三身)의 본유(本有)를 보이고 사덕(四德)의 무생(無生)을 나타낸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상주하는 삼신의 차별을 설하였고 열반을 설하지 않았으며 보리의 인과(因果)를 직접적인 종지로 삼는다는 것을 밝혔다.
③에서는 가르침을 그 뜻에 의해 요의(了義)와 불요의(不了義)로 분류한 네 가지 사례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공(空)과 유(有)의 관점에서 밝힌 것이다. 곧 소승은 유만 설하였고 반야경은 의타기성(依他起性)과 원성실성(圓成實性)을 덮고 단지 모두 공이라고 하였으니 불요의이고, 공과 유를 여읜 것을 요의라고 한다. 둘째는 삼승(三乘)의 관점에서 밝힌 것이다. 곧 일승을 숨기고 삼승을 설하고 이승을 숨기고 일승을 설한 것은 모두 불요의이니 소승과 반야경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상(常)과 무상(無常)의 관점에서 밝힌 것이다. 곧 여래는 무상하다고 설한 것은 불요의이고 상주하여 변하지 않는다고 설한 것은 요의이다. 넷째는 대승과 소승의 관점에서 밝힌 것이다. 곧 성문승은 불요의이고 대승은 요의이다. 그리고 이 중 앞의 세 가지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에는 본경의 설법 대상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첫째, 보살성(菩薩性)과 부정성(不定性)을 위해 설하였으니 대보리(大菩提)를 향해 나아가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둘째, 널리 일체승(一切乘)을 일으켜 나아가는 이를 위해 설하였으니 이것은 요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셋째, 직접적으로는 보살승과 부정성을 위한 것이고 아울러 이승(二乘, 성문정성 · 독각정성)과 무종성(無種性, 무성유정)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이 경을 들으면 인도와 천도에 태어나서 안락함을 누리기 때문이다.
④에서는 경의 명칭에 대한 다각적 해석을 제시하였다. '금'은 모든 경 가운데 왕임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고 하고, 또 '금광명'에는 간략하게 세 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과(果)에 의거한 것이고, 둘째는 인(因)에 의거한 것이며, 셋째는 인과(因果)에 모두 의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⑤에서 승장은 본문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서, 「서품」은 가르침이 일어난 인연을 설한 부분[敎起因緣分], 다음의 29품은 종지를 직접 풀이한 부분[宗正釋分], 마지막 「부촉품」은 가르침에 의지하여 받들어 행하는 부분[依敎奉行分]이라고 하였다.
본경 제3 「분별삼신품(分別三身品)」에서 중생들이 부처님의 삼신( 법신(法身) · 응신(應身) · 화신(化身))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은 기사심(起事心) · 의근본심(依根本心) · 근본심(根本心)의 세 가지 마음(三心)을 없애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 부분을 해석하면서, 이 세 가지 마음을 각각 팔식(八識)에 배대하였다. 곧 첫째, 기사심은 안식(眼識) 등의 육식(六識)이다. 둘째, 의근본심은 제7식(第七識)이다. 항상 제8식에 의지하고 제8식을 반연하여 자기 마음의 상을 일으키고 실제 자아라고 집착한다. 이 제7식은 일체의 자리에서 제8식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의근본심이라고 한다. 셋째, 근본심은 제8식(第八識)이다. 이것은 유위(有爲)의 모든 법이 의지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법의 종자를 보존하여 지니고 모든 법을 일으키기 때문에 근본심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금광명경』에 대한 원효의 해석을 그대로 따르거나 계승 · 발전시키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 『유가사지론』, 『불지경론』, 『섭대승론』 등을 자주 인용하여 풀이하는 것에서 유식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금광명최승왕경소』는 비록 집일본에 불과하지만, 승장의 『금광명최승왕경』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또 자구의 해석에 있어서는 범어의 원뜻을 살리려는 노력이 뚜렷하며, 뜻을 해석하는 데는 유가유식(瑜伽唯識)의 입장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