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에 의하면 1424년(세종 6) 9월 전라도 낙안군의 토성이 낮고 작아서 왜변(倭變)이 있으면 지키기 어려우니, 돌을 섞어서 토성 옛터를 좀 넓혀 성을 쌓았다고 한다. 낙안 출신의 절제사 김윤길(金贇吉, ?∼1405)이 1394년(태조 3)에 전라도수군첨절제사가 되었고 1397년(태조 6)에 전라도수군도절제사(정3품)로 승진하였으므로 이 무렵 낙안토성이 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종은 우의정 최윤덕(崔潤德) 등을 독려하여 1435년부터 1444년경까지 연해읍성을 거의 석성으로 쌓았고, 1454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낙안읍성이 석성으로 표기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현재와 같은 석축성 형태의 낙악읍성은 15세기 중엽에 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순천 낙안읍성은 조선 초기에 쌓은 석성임에도 불구하고 성문 주변뿐만 아니라 전 구간에 걸쳐 내외벽을 협축식(夾築式)으로 쌓았다. 읍성 외벽의 길이는 1,468m, 내벽의 길이는 1,351m이며, 하부 너비는 4.2∼5.9m, 상부 너비는 3.5∼5.1m, 높이는 3∼5m 정도이다.
1983년 낙안읍성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될 당시, 동문 주변을 비롯해서 비교적 몇 곳만 성의 형태가 제대로 남아 있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절반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특히 6 · 25전쟁 후에 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1984년부터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동문과 서문이 복원되었고 성벽도 정비되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동벽 ‧ 남벽 ‧ 북벽의 일부 구간이 무너지고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 정비 보수를 진행하였다. 체성(体城)의 성벽이 붕괴된 이유는 심석(攳石)을 쓰지 않고 면석쌓기를 하고 내외벽 사이에 흙과 돌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구간의 성벽은 최하단까지 해체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지대석(址臺石)이 모두 드러났다. 생토면을 고른 위에 지대석을 정연하게 놓고 심석도 일부 놓아 튼튼하게 만든 기초부의 지대석은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체성(体城)의 하단석을 15cm 정도 들여서 쌓은 조선 전기 축성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문의 주변 즉 육축(陸築)한 부분과 옹성(甕城)은 큰 성돌을 이용하여 다른 성벽보다 더 튼튼하게 축조하였다. 동문과 치(雉) 사이의 성돌은 아랫돌로 260cm x 90cm와 180cm x 80cm 정도 되는 큰 돌을 이용하였고, 중간은 55x26cm와 50x40cm 정도의 작은 돌을 사용하였다. 성돌로 할석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돌 사이 빈 공간에 쐐기돌을 끼워 넣었다.
성문은 동 ‧ 서 ‧ 남문이 각 변의 중앙에 개설되어 있는데 동문과 남문은 문루까지 복원되어 낙풍루(樂豐樓)와 쌍청루(雙淸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구전에 의하면 원래 북문도 만들었는데 호환(虎患)이 잦아 금둔산과 가까운 북문을 가장 먼저 폐쇄하였다고 한다. 동문과 남문은 누문식(樓門式)으로 팔작지붕으로 된 2층루이며, 사각형의 옹성이 문을 보호하고 있다.
여장(女牆)은 전 구간이 아니라 동문과 남문의 주변 그리고 옹성에만 복원하였다. 여장에는 총안(銃眼)과 타구(垜口)가 있다. 여장의 형식은 평여장(平女牆)에 속한다.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치성(雉城)은 사각형 모양으로 4개가 돌출되어 있고, 북벽 모서리 부분에 있는 치는 길이 10.4m, 너비 6.9m, 높이 4.7m로 가장 크다.
16세기 전반 이후 만들어진 해자(垓子)는 동북 모서리 부분에서 시작되어 남문을 지나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해자의 너비는 4.2∼4.7m 정도이다.
읍성 내에는 동서대로의 우측에 동헌, 내아(內衙), 객사, 옥사(獄舍) 등의 관아 건물이 복원되어 있고, 좌측에는 생활하고 있는 민가들이 있다. 읍성 중앙에 선정을 베풀었던 군수 임경업(1594∼1646)의 선정비(善政碑)가 있다. 지금도 그의 영혼이 이 마을을 수호한다는 전설이 있어 매년 정월 보름에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순천 낙안읍성의 동문 해자 밖에 석구(石狗)를 배치하여 수호신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는데 이는 풍수지리상의 비보(裨補)와 관련이 있다.
순천 낙안읍성은 가장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조선시대 읍성 가운데 한 곳이다. 성 안의 마을도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