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는 옷을 지을 때 겉감과 안감을 겹쳐 줄지어 바느질하여 표현하는 기법으로, 한자어로 ‘縷飛’, ‘縷緋’, ‘樓緋’로 기록되어 있다. 누비란 말은 승복(僧服)인 납의(衲衣)에서 비롯된 것으로 ‘납’은 기웠다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이수광(李粹光)은 『지봉유설(芝峯類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입는 납의가 승가(僧家)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도 납의와 누비의 관련성이 확인되는데, 납의가 처음에는 승려들의, 기워 꿰맨 옷이 잘못 옮겨져 ‘누비(縷緋)’라 하면서 점차 깁지 않은 신포(新布)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일반인들에게 퍼진 것이라 하였다.
누비로 지은 옷을 ‘누비옷’이라고 하는데, 솜의 첨가 유무에 따라 겹 상태로 누빈 것을 겹누비, 겹 사이에 솜을 넣어 누빈 것을 솜 누비라 한다. 누비옷 중에는 솜을 두어 누벼준 솜 누비옷이 보편적이다. 누비를 할 때의 바느질 법은 홈질로 누비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며, 편의에 따라 박음질 누비 바느질법도 있다. 누비 기법에 따라서는 손누비, 기계 누비, 직선 누비, 곡선 누비가 있다.
조선 후기 자료인 왕실발기(王室件記)에는 다양한 누비 명칭이 표기되어 누비, 오목누비(吾目樓緋), 납작누비, 중누비(中樓緋), 세누비, 세중(細中)누비, 잔누비[細樓緋], 드문누비, 광누비(廣樓緋) 등의 기록이 있다. 이들 명칭은 누빈 형태에 따라 누비, 오목누비, 납작누비로 나뉘며, 누비 간격에 따라 잔누비(세누비), 중누비(세중누비), 드문누비(광누비)로 구분할 수 있다.
누빈 형태 중 ‘누비’는 솜을 둔 옷감을 곧은 선으로 완성하여 골이 생기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오목누비’는 겹으로 누벼진 바느질 선마다 안감 쪽에서 풀칠을 하여 다려 주어 골을 이루어 마치 골기와처럼 입체적으로 나타난 형태이다. 납작누비는 옷감 사이에 풀솜을 얇게 두거나 겹 상태로 누벼 준 겹누비 형태를 말한다. 골선이 가장 완만한 형태로 나타난다. 복식학자 박성실은 누비옷 유물의 분석을 통해 누비 간격에 따라 잔누비는 0.5㎝ 내외, 중누비는 2㎝ 내외, 광누비(또는 드문누비)는 4.0~7.0㎝ 정도의 너비로 누벼진 옷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누비 간격은 솜의 두께와도 관련이 있어 솜을 두텁게 둘수록 누비 간격이 넓은 편이다.
누비의 용도는 방한용, 호신용, 보호용, 종교용, 장식용, 실용성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활용되었다. 가장 널리 사용된 것은 방한용 누비옷이다. 옷감의 보강이나 방한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누비옷이나 침구류에 주로 활용되었으며 곧은 선으로 완성하는 누비는 골누비 기법을 고수함으로써 우리나라 누비의 전통을 지켜 왔다.
누비옷을 완성하기까지는 홈질, 숨뜨기, 뒤땀질, 상침질 등의 바느질법을 사용한다. 누비를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옷감에 줄을 치는 일로, 천의 조직에 따라 줄을 그어 다림질로 꺾기도 하고 올을 튀겨서 하기도 한다. 이렇게 마련된 옷감을 누빌 때는 홈질을, 누빈 다음 천과 천을 붙여야 하는 경우 겉천에는 홈질이나 박음질을, 안감을 붙일 때는 숨뜨기를 사용하며, 어떤 선을 고정시킬 때나 박음선을 모양으로 사용할 때는 상침을 하고, 처음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는 뒤땀질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