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4책. 필사본. 저자는 효종·숙종 연간의 복잡하게 전개되던 중앙 정계의 정치 활동에 참여한 관료로서, 묵재(默齋)는 저자의 호이다.
내제(內題)는 단순히 ‘기문록(記聞錄)’이라 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관계 있거나 비슷한 종류의 내용을 한데 모아 놓은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 시간의 흐름이나 내용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일정한 체재 없이 자유롭게 기술했으며, 필요한 경우 세주(細註)로 내용을 보충하였다.
내용은 청나라에 대한 주화파(主和派)와 척화파(斥和派)의 대립, 소현세자빈(昭顯世子嬪)강빈(姜嬪)의 옥사, 노소론(老少論)의 대립, 숙종 연간 장귀인(張貴人)에 얽힌 사건, 임금과 신하들간의 사적인 관계 등이다.
대부분 17세기 전반과 중반, 중앙 정계의 여러 가지 사건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격렬한 반청론(反淸論)에 서 있는 저자의 입장이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 개인이나 가문의 내면적인 여러 일들이 실려 있다. 또한 제주도 유배 생활의 경험이나 여행 기록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조선 초기 이후 여러 인물들에 대해 전해 오는 이야기들, 저자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인물들에 대한 내용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특히, 저자는 서인(西人)의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일정한 당색에 한정되지 않고, 허목(許穆)·윤휴(尹鑴) 등 남인의 인물들에 대한 교우관계나 개인적인 평을 서술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지배층 뿐만 아니라 민간의 무뢰배에 대한 이야기 등, 사회의 여러 계층의 삶을 조명하였다. 이밖에 과거와 같은 정치 제도의 운영 상황, 민간의 풍습, 신기루(蜃氣樓)와 같은 자연 현상, 제주도의 것을 비롯한 자연 경관이나 지리적 상식 등 수록 내용에 전혀 제한이 없다. 규장각도서에 있다.
정리되지 않은 기록이어서 구성과 서술이 매우 난삽하지만, 당대의 생생한 면모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조선 중·후기의 정치·사회를 이해하려 할 때 관찬사서가 지니는 약점을 보완하는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