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망경보살계본술기(梵網經菩薩戒本述記)』는 모두 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장경』 제1편 16투 1책에 수록된 것을 저본(底本)으로 하여 교감(校勘)한 글이 『한국불교전서』 1책에 수록되어 있다.
신라 승려 승장(勝莊)은 모두 다섯 가지 문을 설정해 『범망경』을 해석하였다.
첫 번째는 가르침이 일어난 이유와 제목 및 '법망경'이라는 제목의 유래를 서술한 부분이다. 먼저 범망경을 설한 이유에 대해 부처님께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인위(因位)로 십지(十地)를 열어 육바라밀(六波羅蜜)를 닦아 두루 청정해지는 길을 밝히고, 과위(果位)로 삼신(三身)을 나열하여 온갖 덕을 갖추어 원만히 비추는 것을 밝힌 것이라 하였다. 제목에 대해서는 본경의 원래 이름인 "범망경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제십"에서 ‘심지’란 상권에서 보살의 수행 계위를 40단계로 설한 10발취(十發趣) · 10장양(十長養) · 10금강(十金剛) · 10지(十地) 등의 40위(四十位)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두 번째는 경의 종(宗)과 체(體)를 밝히고 있다. 경의 종지(宗旨)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유식학파의 교판론(敎判論)인 삼시교(三時敎)에 의거하여 불설 전체의 종지를 밝혔다. 다만 삼시교의 교판을 밝히는 데 그치고 본경이 어디에 속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이 경의 종지를 별도로 개설하여 심지법문(心地法門)이 이 경의 종지라고 하였다. 경의 체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섭망귀진문(攝妄歸眞門) · 섭말귀본문(攝末歸本門) · 섭가종실문(攝假從實門) · 법수정체문(法數定體門)의 네 문을 만들어 풀이하였다. 용군(龍軍) · 안혜(安慧) · 호법(護法) 등의 설과 살바다부(薩婆多部) · 경부(經部) · 대승의 설을 두루 제시하고, 마지막에서 어느 것이든 각각의 관점에서 설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여 회통적인 입장을 보인다.
세번째는 가르침이 포섭되는 범주를 밝혔다. 십이분교(十二分敎)에 따를 때는 게송은 풍송(諷誦)에 속하며, 계상(戒相)을 설한 것은 인연(因緣) 등에 속하고, 삼장(三藏)의 분류에 따를 때는 조복장(調伏藏)에 포섭되고, 이장(二藏)의 분류에 따를 때는 보살장(菩薩藏)에 포섭된다고 하였다.
네번째는 가르침의 대상을 밝혔다. 가르침의 대상이 되는 중생은 삼승정성(三乘定性) 세 가지와 네 번째인 부정성(不定性)과 다섯 번째인 무반열반성(無般涅槃性) 등 다섯 부류가 있다. 이 경은 단지 삼승정성 중의 보살정성(菩薩定性)과 네 번째인 부정성의 중생을 위한 가르침이고, 성문정성(聲聞定性) · 독각정성(獨覺定性) 등 이승(二乘)과 무반열반성 등의 중생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즉 오종각별설(五種各別說)에 의하여 가르침의 대상을 한정한 것이다.
다섯번째는 경의 본문을 풀이한 부분이다. 먼저 상권과 하권을 통틀어서 그 내용을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의 셋으로 분과하였다. 서분에 해당하는 본문은 별도로 해석하지 않았다. 주석의 대부분은 정설분에 집중되어 있는데 여기에 본경에서 설한 보살계의 핵심인 십중계와 사십팔경계가 실려 있다.
십중계 해석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 살생계(殺生戒)에서 성문계(聲聞界)는 어떤 경우든 살생을 허락하지 않지만, 보살계는 살생을 함으로써 중생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면 살생을 허락한다고 하였다. 승장은 그러한 해석을 하게 된 근거로 『유가사지론』을 제시한다. '보살이 무간업(無間業)을 지으려는 중생을 보고 그를 지옥에서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감수하면서 그 중생을 죽인다면, 보살계를 위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공덕을 낳는다'라고 한 내용이 그것이다. 또한 사람을 사물로 잘못 알고 살생했을 경우는 경죄이지 중죄가 아니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방편을 비교적 많이 허용하는 유가계의 특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나머지 아홉 가지 계에 대해서도 모두 『유가사지론』을 인용하여 방편을 허용하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범망경』 본문에서는 열 가지 계를 세 번 묶고 아홉 가지 계를 두 번 묶어 48가지의 경계를 모두 다섯 단락으로 나누어 설하였다. 승장은 이 다섯 단락의 분과를 수용하면서, 각 단락에 해당하는 계를 『유가사지론』의 삼취정계(三聚淨戒) 중 섭선법계(攝善法戒)와 요익유정계(饒益有情戒)에 배속(配屬)하고, 다시 섭선법계는 육바라밀과의 관련성 속에서 세분화하여 배속하고, 요익유정계는 사섭법(四攝法)과의 관련성 속에서 세분화하여 배속하였다. 이렇게 범망계의 해석에 유가계인 삼취정계를 끌어들인 것은 유식학자들의 주석서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승장 이전에 『범망경』 주석서를 지은 지의(智顗)는 범망계가 보살을 위한 것이지 이승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의는 법망계를 해석할 때는 칠중계(七衆戒)를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다. 이러한 지의의 태도는 이승이 대승으로 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천태교학의 본질에서 유래한 것이다. 승장은 지의와 달리 칠중계와는 일정한 선을 긋고 순수하게 보살계를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승장이 『화엄경』과 『범망경』을 일체시하고 『유가사지론』을 많이 인용한 것은 이승과 불공(不共)인 보살계를 세상에 널리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