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허자」는 고려 때,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의 하나이다. 원래 당악정재(唐樂呈才) 「오양선(五羊仙)」에서 주5」의 노랫말로 불렀던 음악으로 『고려사(高麗史)』 「악지」에 「벽연롱효사(碧煙籠曉詞)」가 기록되어 있다. 「보허자」는 조선시대 궁중음악(宮中音樂)으로 전승되는 관악 「보허자」와 조선 후기 민간의 풍류방에서 현악 중심으로 연주되었던 「보허사」로 구분된다.
「보허사」는 『금합자보(琴合字譜)』(1572)에 처음 수록되었는데, 「보허자」라는 곡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금신보(韓琴新譜)』(1724)에서도 「보허자」의 곡명은 그대로 사용하였다. 「보허사」는 선조 이후부터 향악화되기 시작하였고 노랫말을 부르지 않게 되면서 기악곡화 되었다. 「보허사」의 곡명은 『유예지(遊藝志)』(1776~1800)에 처음 나타나며, 그 이후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도 동일한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고악보(古樂譜)에 수록된 이 악곡은 모두 거문고 악보로 주6되어 있으며, 현행 「보허사」에 해당한다.
현행 「보허사」는 『한금신보』에 실린 「보허자」와 같이 환두 형식(換頭形式)으로 되어 있다. 당악(唐樂)인 「관악 보허자」는 A(a-b) - B(c-b)의 구조로 A를 주8, B를 주9라고 하며 b를 환입(還入), c를 주10라고 한다. 『한금신보』에 수록된 「보허자」는 미전사와 환두로 a-b-c만으로 구성되었다.
「보허사」는 황(黃), 태(太), 중(仲), 임(林), 남(南)을 주로 사용하는 5음 음계이지만, 중간에 무(無)가 출현하여 부분적으로 6음 음계로 되어 있다. 「보허사」는 전체 7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부터 4장까지는 한 장단 20박으로 느리게 연주하고, 5장부터 7장까지는 한 장단 10박으로 비교적 빠르게 연주하며 한배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주11이라고 한다. 현행 「보허사」의 악기 편성은 현악기 중심이며, 거문고, 가야금, 양금, 장구로 연주한다.
현재 연주되는 「보허사」는 노랫말이 없는 기악곡(器樂曲)이다. 다음은 「오양선」 정재에서 「보허자령」에 맞추어 불렀던 「벽연롱효사」의 노랫말이다.
벽연롱효해파한(碧烟籠曉海波閑) 푸른 안개 새벽하늘에 자욱한데 바다 물결 한가로우니
강상수봉한(江上數峯寒) 강가에 두어 봉우리 차갑도다.
패환성리이향표락인간(佩環聲裏異香飄落人間) 패환소리 속의 기이한 향기는 표락인간이로다.
미강절오운단(弭絳節五雲端) 강절이 오색구름 끝에 멈추도다.
완연공지가화서(宛然共指嘉禾瑞) 완연히 함께 아름다운 좋은 벼의 상서 가리키며
개일소파주한(開一笑破朱顔) 한 차례 웃어 붉은 얼굴 웃음 띠고
구중요궐망중삼축고천(九重嶢闕望中三祝高天) 구중의 높은 궁궐 바라보는 가운데 고천을 향해
만만재대남산(萬萬載對南山) 축원하나니 만만년 남산을 대하소서.
고려시대 사악 「보허자」는 당악정재 「오양선」에서 창사(唱詞)로 불렀던 음악이다. 조선시대에는 「보허자(관악 보허자)」가 궁중음악으로 전승되는 반면, 「보허사(현악 보허자)」는 조선 후기부터 민간의 풍류방에서 연주되었다. 「보허사」는 현재까지 현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풍류 음악의 대표적 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