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년(광해군 10) 유사규의 아들 유순익(柳舜翼)이 편집·간행하였다. 권두에 이현영(李顯英)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 송방조(宋邦祚)의 발문이 있다. 이현영은 서문에서 “저자의 시는 담박경개(淡泊耿介)한 기풍과 전아청완(典雅淸婉)의 정조(情操)가 있다.”고 평하였다. 저자의 시문은 임진왜란 때 거의 산일되어 극히 일부분만이 이 책에 수록되었다.
2권 1책. 목판본. 규장각 도서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이 책은 모두 시로 구성되어 있다. 권1·2에 총 491수가 수록되어 있으며, 「정축록(丁丑錄)」·「유환록(遊宦錄)」 등 저자가 활동했던 연대를 따라 몇 개의 편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축록」은 1577년(선조 10)에 지은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유회(有懷)」·「세모서회(歲暮書懷)」·「대화무주(對花無酒)」 등 은둔 생활에서의 우울한 심사나 고적한 의경(意境)을 표현한 시가 많다. 「노리음(路裏吟)」과 같이 나그네의 여수(旅愁)를 읊은 것과 「산거즉사(山居卽事)」·「우여(雨餘)」·「영선(詠蟬)」·「영설(詠雪)」 등 우수(憂愁) 또는 은일적 감회를 표현한 시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저자가 처해 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밖에 「차석주송도회고운(次石洲松都懷古韻)」·「차석주사시사운(次石洲四時詞韻)」 등 당대 유명한 시인 권필(權韠)의 시를 차운한 것이 몇 수 있는데, 영고성쇠의 무상을 차탄하여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유환록」은 저자가 벼슬살이로 여러 지방을 전전하는 동안 지은 시를 모은 것이다. 「총석정(叢石亭)」·「상사월유삼일포차전현운(上巳月遊三日浦次前賢韻)」·「낙산사보벽간운(洛山寺步壁間韻)」·「조좌동헌관일출(朝坐東軒觀日出)」·「월야등부벽루(月夜登浮碧樓)」 등 빼어난 경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서경시가 많다. 「문천병파기성적(聞天兵破箕城賊)」·「문왜적분탕경성살육태진(聞倭賊焚蕩京城殺戮殆盡)」 등은 임진왜란 때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특히 「문왜적분탕경성살육태진」은 당시 처참했던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집당인시구사절(集唐人詩句四絶)」은 춘우(春雨)·춘청(春晴)·상화(賞花)·석화(惜花) 등 소제목을 달아 중국 당대(唐代)의 문장가 한유(韓愈)를 비롯해 장필(張泌)·장남사(張南史)·가도(賈島)·두보(杜甫)·정곡(鄭谷) 등의 시 한 구절씩을 연구시(聯句詩)로 맞춘 것이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동정추월(洞庭秋月)·소상야우(瀟湘夜雨)·평사낙안(平沙落鴈)·원포귀범(遠浦歸帆) 등 소상팔경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그의 문학적 역량이 나타나 있다. 「송정좌랑희적부경(送鄭佐郎熙績赴京)」·「송강원김도사관(送江原金都事瓘)」·「송박동지민헌부경(送朴同志民獻赴京)」 등의 송별시에서는 그의 교우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중기 시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