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표제가 ‘담헌연록(湛軒燕錄)’으로 된 10권 10책이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연행록(燕行錄)’이라 된 20권 20책이 장서각에 있다. 숭실대학교본은 매권 말미에 필사날짜와 경위가 밝혀져 있다. 장서각본은 숭실대학교본을 저본으로 하여 내용을 배로 늘렸는데, 작자의 후손들이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자가 1765년(乙酉, 영조 41)부터 1766년(丙戌)까지 서장관인 숙부 홍억(洪檍)의 자제군관으로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날짜별로 기록한 내용이다.
을유년 11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의 기록을 담은 부분은 중국 여행의 숙원이 이루어진 기쁨, 아버지 등으로부터 받은 전별시, 자신의 중국관, 고향에서 의주까지 이르는 국내 여행담을 간략히 언급하였다.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는 압록강을 건너 북경에 도착하기까지 거치는 여러 곳에서 견문한 바를 상세히 다루었다. 북경에 체재하는 12월 28일부터 다음해 2월 29일까지의 기록은 천주당을 방문한 것과 엄성(嚴誠) · 육비(陸飛) · 반정균(潘庭均) 등 청나라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문답한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3월 1일부터 30일까지는 북경을 떠나 귀국길에 오르는 과정을, 4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는 의주에서 겪은 귀국 수속의 어려운 사정과 청나라를 떠나는 안타까운 심정을 그리고 있다. 청나라가 물질적으로 번영하고 있는 모습과 아울러 새로운 시대의 사상적 향방에 대한 각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시작품들도 배경과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여 시의 깊은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작자의 한문여행기 「담헌연기(湛軒燕記)」가 종전의 규범적 표현을 벗어나 사실전달에 힘쓴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신변의 일이나 개인적 감회를 정감 있는 필치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전대의 연행록이 갖춘 격식이나 쓰임새를 넘어서서 독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문으로 글 쓰는 방식을 개척하는 데 기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