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바탕에 수묵담채(水墨淡彩). 세로 36.6㎝, 가로 53.7㎝. 개인 소장. 정선(鄭敾)의 화풍을 따른 이 작품은 강희언의 『산수 · 인물풍속화첩』에서 분리된 것이다. 그 화첩의 강희언 자서에 “삼청동 정선의 옆집에 살았는데 정선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쓰여 있었다 한다.
그림의 오른편 상단에는 ‘늦은 봄 도화동에 올라 인왕산을 바라보다(暮春登桃花洞望仁旺山)’라는 화제(畫題)가 있다. 이 그림은 화제처럼 자하문(紫霞門) 근처인 도화동에서 보고 느낀 인왕산의 인상과 감동을 사생한 것이다.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달리 북쪽에서 포착한 인왕산의 전경을 담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선의 필법을 참조하였다. 하지만 인왕산의 특징적인 암벽보다 미점(米點)으로 처리한 산 계곡의 주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사실주의적인 사생미(寫生美)가 돋보인다. 계곡의 복숭아꽃이 만발한 마을과 산의 위용, 산의 전경과 바위 등 경물(景物)의 처리는 정확한 원근 개념을 바탕으로 하였다. 하늘의 대담하고 신선한 담청색(淡靑色) 선염은 현대적 감흥마저 일으키게 한다.
이 「인왕산도」는 조선 후기 정선의 영향을 받은 정선일파의 실경산수화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의 좌측 상단에는 “실경을 베낄 때는 항상 지도처럼 될까 봐 염려하는데 이 그림은 십분 핍진감이 넘치며, 또한 화가의 제법을 잃지 않았다(寫眞景者 每患似乎地圖 而此幅旣得十分逼眞 且不失畫家諸法).”라는 강세황(姜世晃)의 화평(畫評)이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