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복설화」는 인물이 점을 쳐서 운명을 예언하고 그 예언을 실행하거나 극복하는 과정과 결과의 내용을 다룬 민담이다. 민담의 하위 유형의 하나로, 예언담에 속하며 「복술설화」 · 「명복설화」라고도 부른다. 설화의 내용에 따라서 명복·엉터리 점복·점술 경쟁·천냥점·파자점으로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천냥점의 경우, 아르네-톰슨의 설화 유형 「하인의 좋은 충고」(AT 910B)와 유사하며, 천냥점 설화의 주요 모티프가 고전소설 『정수경전』에 수용되어 있다.
「점복설화」는 예언담에 속하며 「복술설화」 · 「명복설화」라고도 부른다. ‘ 점복’은 ‘점치는 일’, ‘복술’은 ‘점치는 방법이나 기술’, ‘명복’은 ‘이름난 점쟁이’를 의미한다. 「점복설화」에는 명복 · 엉터리 점복 · 점술 경쟁 · 천냥점(千兩占) · 파자점(破字占) 등이 있다. 「점복설화」의 내용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명복: 「홍계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점치는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점치고 죽을 운수를 피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임금이 용한 점쟁이를 불러 용상(龍牀) 아래에 있게 한 다음에 용상 앞을 지나간 쥐의 수를 알아맞히라고 했다. 점쟁이가 쥐의 뱃속에 든 새끼까지 계산하여 쥐의 수를 말했으나, 임금은 자신이 보았던 쥐의 수와 맞지 않는다고 하며 점쟁이를 사형시켜라고 명령했다. 임금이 뒤늦게 쥐의 배를 갈라서 확인했더니 점쟁이의 말이 맞았다.
이 설화는 복술가(卜術家)의 신비한 능력, 성급한 왕의 횡포와 함께, 운명을 예견했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② 엉터리 점복: 「이개구리의 점복」이 이에 해당한다. 이 설화는 전국적인 전승(傳承) 분포를 보인다. 이름이 개구리인 사람이 길을 가다가 우연한 일로 유명한 점쟁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름이 개구리라는 사람이 소를 도둑맞은 사람에게 소를 찾아 주고 떠나던 중에, 외딴곳에서 도둑을 만난다. 도둑은 손에 개구리를 잡아 싸쥐고,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라고 개구리에게 요구한다. 개구리는 자신이 죽는다는 뜻으로 ‘이 개구리가 죽는구나!’라고 탄식하였는데, 도둑은 그가 개구리임을 알아맞힌 것으로 알고 감복(感服)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점복설화」와는 달리 점복에 혹(惑)하는 인물을 풍자(諷刺)한다는 역설적(逆說的)인 의미가 있다. 이 밖에도 명복과 명풍(名風)의 대결담이나, 집 앞에 불을 놓아 자식이 바위에 치여 죽을 것을 방지하였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③ 점술 경쟁: 「곽박과 이순풍」 · 「곽박과 주역이」 등이 있다. 용한 곽박이 젊은 세대 제자와 며느리와 점술 대결에서 패배한다. 「곽박과 이순풍」은 사제(師弟) 간 곽박과 이순풍이 여행을 하면서 점술 경쟁을 했다. 두 사람은 소들이 누워 있는 들판을 지나다가 어떤 소가 먼저 일어날 것인가를 점쳤는데, 곽박은 누런 소, 이순풍은 검은 소라고 말했다. 결과는 검은 소였는데, 제자에게 패한 곽박이 이순풍에게 점괘를 묻자, 점괘는 불로 나왔는데 불이 나려면 연기부터 나야 하기에 검은 소가 답이라고 풀이했다. 다음은 저녁으로 나올 음식 맞히기를 했는데 역시 제자 이순풍이 맞혔다. 곽박은 뱀의 괘를 잘못 해석해서 틀렸다.
「곽박과 주역이」에서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점술 경쟁으로 며느리인 주역이 시아버지 곽박의 점술을 꾀를 내어 피하고, 며느리를 죽이려던 곽박이 오히려 죽게 된다.
이들 설화는 모두 중국의 실제 인물과 결부된 「점복설화」로, 서적 『주역(周易)』의 명칭이 복술가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흥미롭다.
④ 천냥점: 「세 번 죽을 고비」가 이에 해당한다. 가난한 사람이 점쟁이에게 1,000냥을 내고 예언을 산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집에 부인을 남겨둔 채 고기잡이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점을 치러 갔다. 점쟁이가 복채(卜債)로 1,000냥을 요구하자, 이 사람이 3,000냥을 주고 3개의 점괘를 받았다. 이 사람은 점쟁이가 준 점괘 3장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두 번은 점괘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하여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 사람이 마지막에는 살인 누명을 썼는데, 이 사람은 마지막 점괘로 진범을 찾아 살인 누명을 벗었다.
이 설화는 아르네-톰슨(Aarne-Thompson) 설화 유형 「하인의 좋은 충고」(AT 910B)에 해당하며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는 유형이다. 그리고 이 설화의 보쌈 모티프 · 살인 누명 모티프 · 점괘 풀이로 진범 이름을 밝히는 삽화(揷話) 등이 고전소설 『정수경전』에 수용되어 있다.
⑤ 파자점: 「암행어사와 거지」 · 「이성계와 거지」 · 「수양대군과 김종서」는 이에 해당한다. 파자점을 하는 복술가가 똑같은 글자를 가지고도 짚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는 이야기이다.
「암행어사와 거지」에서는 암행어사(暗行御史)가 ‘복(卜)’ 자를 짚고 점을 치자, 점쟁이는 허리에 마패(馬牌)를 찼으니, 암행어사가 분명하다며 치하(致賀)하였다. 이것을 지켜보던 거지가 옷을 바꾸어 입고 ‘복(卜)’ 자를 짚고 점을 치니, 점쟁이는 허리에 쪽박을 찬 거지라고 하였다.
「이성계와 거지」에서는 이성계(李成桂)가 ‘물을 문(問)’ 자를 짚고 점을 쳤는데, 점쟁이는 이 글자가 좌로도 '임금 군(君)', 우로도 '임금 군(君)'이라고 하며 이성계가 틀림없이 왕이 되겠다고 하였다. 거지가 같은 글자를 짚고 점을 쳤는데, 문전(門前)에 입을 달았으니 빌어먹겠다고 하였다.
「수양대군과 김종서」에서는 수양대군이 ‘전(田)’ 자를 짚으니, 점쟁이는 전후좌우로 ‘왕(王)’이니 군왕이 되겠다고 하였고, 김종서(金宗瑞)가 같은 글자를 짚으니 ‘갑자무족(甲字無足) 용병무일(用兵無日), 십자사위(十字四圍)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설화는 점복의 신이함을 맹목적(盲目的)으로 숭상(崇尙)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지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