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7년(선조 25)에 간행된 그의 문집인 『제호집(霽湖集)』 11권 3책 중 권 9에 시화가 실려 있다. 모두 5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을 훗날 홍만종(洪萬宗)이 『시화총림(詩話叢林)』에 일부 전제되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어우야담(於于野譚)』에도 합철되어 있다. 『시화총림』과 『어우야담』에는 각각 23항목과 17항목만 실려 있으며 필사본이다.
전반부는 당시(唐詩)와 송시(宋詩)의 변별, 시의 격률(格律), 통운(通韻) 등 저자의 시론에 관한 내용이다. 다음에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소동파(蘇東坡) 등의 시를 인용하며 평측(平仄), 시어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시인들의 일화와 작시(作詩) 경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고경명(高敬命)이 이달(李達)을 우대한 일, 정사룡(鄭士龍)의 용사(用事), 임기(林芑)의 박람강기(博覽强記), 정도전(鄭道傳)이 이숭인(李崇仁)의 시명(詩名)을 시기하여 장살(杖殺)케 한 일 등을 비롯하여, 최경창(崔慶昌) · 서익(徐益) · 권응인(權應仁) · 정지승(鄭之升) · 임제(林悌) · 정언눌(鄭彦訥) · 이산해(李山海) · 차천로(車天輅) · 백광훈(白光勳) · 박지화(朴枝華) · 권필(權韠) · 이춘영(李春英) · 임전(任錪) · 김현성(金玄成) · 노수신(盧守愼) · 허봉(許篈) · 이안눌(李安訥) · 성여학(成汝學) · 유도(柳塗) · 홍천경(洪千璟)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제호집』의 시 일화 가운데서도 부분적이나마 시론이나 시평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은 '용사'에 관한 것이다. 용사를 표현 기법의 하나로 인정하면서도 용사한 시구가 새로운 의경(意境)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단순한 표절이나 답습에 빠지게 되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용사할 때에는 그 시적인 분위기를 살펴 용사하는 어휘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구사해야 새로운 의경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보인 것은 '원류(源流) 비평'에 관한 내용이다. 노수신(盧守愼)의 오언율은 두보의 시법을 배운 것이라거나, 임제(林悌)는 두목(杜牧)의 시를 배워 그 이름이 일세에 뛰어나게 되었다고 평가한 것 등이 그것이다.
『제호시화』에서는 양경우가 작품을 평가하는 방법이 드러나 있다. 작품은 작가 자신을 나타낸다는 의식을 토대로 하여 작가의 성품이나 행동을 작품에 연결시켜 평가하는 방법, 작품의 감상을 통해 나타난 한 작가의 대표적인 시의 풍격을 그대로 작가론에 연결시키는 방법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시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기교론에 의한 시평, 내용면, 특히 감상과 품평을 통한 시평, 형식면에서의 시평 등의 양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 있다.
『제호집』의 시화 중에는 양경우의 아버지 양대박이 의병을 모집하여 고경명(高敬命)을 장수로 추대하고 자신은 서기(書記)의 임무를 맡아 함께 다니면서 막사 안에서 고경명과 시를 주고받았던 일이 서술되어 있어 관심을 끈다.
『제호시화』는 시 일화집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시론이나 시평의 전개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시 평론집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고전 비평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