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옥전(鍾玉傳)」은 1803년 목태림이 지은 한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오유란전(烏有蘭傳)」, 「배비장전(裵裨將傳)」등과 함께 세태소설(世態小說) 혹은 훼절소설(毁節小說)로 불리기도 한다. 「종옥전」은 모두 5회(回)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장의 서두에는 제목이 붙어 있어 그 장의 내용을 알게 한다. 이 작품은 여색에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던 종옥을 숙부가 시험하는 것으로, 종옥이 향란이라는 기녀에게 빠져 많은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이야기이다.
1권 1책. 한문 필사본. 남성의 호색(好色)을 풍자한 작품이다. 「종옥전」의 이본은 현재 일본 동양문고(東洋文庫) 소장본과 조춘호(趙春鎬) 소장본의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동양문고본에 목태림의 서문이 있고 다섯 개 장회(章回)로 나뉘어 각 장회의 제목이 있으나, 조춘호본에는 서문과 장회가 없다.
영조 때 경기도 양주 땅에 사는 선비 김성진(김 공)은 형의 외아들 종옥을 친자식같이 사랑하여, 원주목사로 부임할 때 종옥을 데리고 간다. 이듬해 종옥은 아버지로부터 좋은 혼처가 있으니 상경하라는 편지를 받으나, 학문이 대성하고 등제(登第)하기 전에는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후 종옥은 더욱 독서에 전념하고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이에 김 공은 종옥을 시험하고자 향란(香蘭)이라는 기녀로 하여금 그를 유혹하게 한다. 향란이 종옥을 유혹하기를 수십 차례 하나 종옥은 끄떡도 않는다. 그러다 종옥은 향란을 끝내 거절하면 한을 품고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마침내 향란을 받아들인다.
향란이 이 사실을 김 공에게 아뢰니, 김 공은 종옥을 불러 아버지의 숙환이 재발했으니 상경하라고 한다. 종옥은 상경하는 도중에 집의 하인을 만나 ‘아버지가 완쾌했으니 되돌아가서 독서하라’는 아버지의 편지[父書]를 받고 원주로 되돌아온다.
종옥은 돌아와서 향란이 우연히 병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회를 금하지 못한다. 종옥이 향란의 무덤에서 돌아와 상심 끝에 잠이 들었는데 죽은 향란이 찾아온다. 이후로 종옥은 밤마다 찾아오는 향란과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을 나눈다.
하루는 향란이 종옥에게 귀녀와 동침했으니 종옥도 마찬가지로 혼귀가 되어 산 사람이 그를 알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종옥이 낮에 별당 밖을 왔다갔다하는데 관노들이 옆을 지나면서도 모른 척한다. 이러한 뒤부터 종옥은 향란을 데리고 날마다 놀러만 다닌다.
중양절에 김 공이 온 마을 사람들과 모여 잔치를 벌이자 향란이 종옥에게 잔치에 가서 김 공 앞에 놓인 음식을 먹어 보자고 한다. 이에 종옥은 잔치에 가 음식을 먹고, 이 광경을 본 김 공이 종옥의 무례한 행동을 크게 질책한다. 종옥이 향란을 찾으니 이미 간 곳이 없다. 그제야 종옥은 요귀에게 속아 망신을 당한 것을 자탄한다. 종옥이 김 공에게 향란과의 정사를 고백하니, 김 공은 병풍 뒤에 숨겨 둔 향란을 불러내어 인사하게 하고 두 사람이 평생 행복하게 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색(色)을 멀리하는 남성을 두고 또 다른 남성이 기생과 공모하여 훼절시키는 내용이다. 주제는 판소리계 문학인 「춘향전」 · 「배비장전」 · 「변강쇠전」 · 「매화타령」 · 「신선타령」 · 「무숙타령(武叔打令)」 등과 함께 상류층 귀족 계급의 호색적인 생활을 풍자하려는 데에 두고 있다. 「매화타령」을 소설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오유란전(烏有蘭傳)」, 「신선타령」을 소설화했을 「삼선기(三仙記)」, 「무숙타령」을 소설화했을 「이춘풍전」 그리고 박지원(朴趾源)의 「호질(虎叱)」 역시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다. 이 작품은 판소리 「매화타령」과 구성이 비슷하여 「매화타령」의 근원 설화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한문 소설 「오유란전」과도 그 구성이 대동소이해 이 작품을 「오유란전」의 선행 소설로 볼 수도 있다.
1919년 초판으로 발행된 「미인계(美人計)」는 「종옥전」을 개작으로 한 활판본 소설로, 「종옥전」의 줄거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등장인물과 내용을 가감하여 개작을 하였다. 「미인계」는 「종옥전」의 인물 형상을 이어받으면서도 원작보다 종옥과 향란의 인물을 고상하게 그려내고 있다. 「종옥전」은 통속성(通俗性)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며, 「미인계」는 원작의 통속성을 더욱 강화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