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명행록 ()

고전산문
작품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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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삼강명행록」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이 책은 31권 31책의 대하소설로,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유일본이다. 31권 마지막 부분이 빠져 있다. 「삼강명행록」은 ‘정난지변’이라는 명나라 초기 역사적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왕위를 잃은 건문제의 생존 문제와 함께, 정현·정흡·정철로 이어지는 정씨 가문 3대의 이야기가 역사적 사건과 뒤섞여 전개된다. 더불어 중국의 지리서인 『해내기관』을 활용한 명승지의 소개와 인물 각각의 긴 여정을 통해 산수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면서 충·효·열의 이념을 완성한다.

목차
정의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내용

31권 31책. 국문 필사본(筆寫本). 유교 이념인 삼강(三綱)을 주제로 한 윤리소설(倫理小說)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명나라 때 포강 사람 정현(鄭賢)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원나라가 송나라를 쳐서 중원(中原)을 차지하자, 선조들은 원나라에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살았다. 그러다가 명나라가 들어서자 비로소 정현은 과거에 급제하고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된다. 아들 정흡이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대소가 되고, 정현은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된다. 정흡은 사공의 딸과 혼인한다.

흥무 23년 태조 황제가 죽고 태손(太孫) 건문제(建文帝)가 즉위하니, 황숙 연왕이 왕위 찬탈을 도모하여 황성을 친다. 연왕이 군사를 일으켜 경사(京師)로 들어오자, 건문제와 그의 신하들은 궁궐에서 탈출하여 그들이 안주할 곳을 찾기 위해 중국 곳곳을 유람한다.

이때 사 부인은 율양 땅에 사는 어머니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편지를 받고 늙은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정흡도 경사로 떠난다. 사 부인은 어머니로부터 천하 지도를 받는다. 이후 경사로 향하던 중, 연왕이 왕위를 빼앗고 궁이 불탔다는 소식에 사 부인은 강물로 뛰어든다. 그러나 도고(道姑)인 영파가 사 부인의 목숨을 구하고 사 부인은 천하 지도를 완성해야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사 부인은 영파로부터 현원과 백록을 소개받고 난혜 · 유모와 함께 가족을 찾기 위해 중국 이름난 산과 큰 하천을 두루 돌며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

정철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율양으로 향하고 여승으로부터 부모를 찾기 위해 필요한 신물(信物)을 얻는다. 이후 정철은 어머니를 찾는 여정을 수행하는 한편, 정난지변(靖難之變)으로 세상을 뜬 충신의 자녀와 건문제의 신하들을 천태로 이동시킨다. 정철은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충신의 가족들을 구하고, 요괴들과 맞닥뜨리면서 위기를 겪는다.

어머니 사 부인을 찾아 중국 전역을 다니던 정철은 천태산(天台山) 무릉계 도화원에서 마침내 어머니와 재회하여 천태산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천하 지도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사 부인은 남편 정흡과 재회하지 못한다. 이에 사 부인은 지도 마지막 장에 쓰인 곳으로 정철과 함께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사부인은 정철과 함께 다른 나라로 떠나고, 조선국을 비롯하여 일본국 등 18개 나라를 탐험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18개국을 탐험한 정철과 사 부인 일행은 건문제와 정흡을 찾아 낙가산 보타사에 이르고, 비로소 남편 정흡과 재회하게 된다. 정흡은 사 부인에게 천태로 돌아가라고 명하지만, 사 부인은 법력(法力)에 의지하여 부모와 시부모를 찾겠다며 천태로 가는 것을 미룬다. 사 부인은 시아버지 정협과 아버지 사 시랑(侍郞), 사 부인의 어머니 및 명부에 있던 시어머니 이 부인까지 만난 후 천태로 돌아온다.

이후 사 부인은 중국 곳곳을 구경하고 경험한 내용의 『해내기관』을 손수 기록하였고, 정씨 일가와 그의 후손들은 더욱 화목하게 지낸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31권 31책의 긴 대하소설(大河小說)로, 소설의 마지막 끝부분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결말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충 · 효 · 열의 유교적 이념을 충실히 이행한 작품 주인공인 사 부인 · 정흡 · 정철의 서사가 마무리되었고, 그 이후는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정난지변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밑바탕엔 와유(臥遊)에 대한 조선인들의 갈망이 드러나 있다. 조선 후기 대하소설은 가부장적(家父長的) 이념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처첩(妻妾) 및 처처 갈등, 계후(繼後) 문제 등 가문 구성원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다룬다. 더불어 여성 독자층이 본받아야 할 여성 인물이 등장하여 모범적이고 규범적인 언행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을 교화시키는 교훈서(敎訓書)이자 교양서(敎養書)로의 가치를 보여 줬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의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작품은 『해내기관』을 바탕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넘어 해외 이국까지의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해내기관』뿐만 아니라 조선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내용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의 지리 및 역사에 대한 작자의 지식과 소설 향유자들의 관심이 컸음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사 부인과 정철이 이국을 탐험하는 중 도착한 조선을 소중화(小中華)라고 하고, 세종 시대를 제시하여 조선의 문물을 찬양한 서사는 고전소설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조선에 대한 자긍심(自矜心)을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 작품에는 조선 후기 와유를 향유한 독자들의 흥미가 많은 부분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여주인공 사 부인이 중국 및 이국을 탐험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 작품은 당대 여성들의 교양 수준 및 여성 인물을 상당히 긍정적이면서 주체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이 작품의 내용에는 허구적 사실이 아닌 기존에 존재했던 다양한 서적들의 내용이 차용되어 서사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지식뿐만 아니라 이덕무(李德懋)『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조선의 인문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 서유구(徐有榘)『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이 서사에 활용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백과사전처럼 정보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정난지변’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당대의 주요 인물들을 소설 속 등장인물로 삼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실제 정사(正史)가 야사(野史)를 수용하여 건문제의 죽음을 다르게 다룬 점이다. 이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서사의 낭만성(浪漫性)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삼강명행록」은 기존 소설의 상투적(常套的)인 내용에서 벗어나, 지리서 및 역사 수용을 통해 서사적 개연성과 사실성을 강화하고, 조선의 서적과 지식을 수용함으로써 당대 소설 향유층의 요구와 상층 문화에 관한 관심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삼강명행록』(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31권 31책)

단행본

김기동 편, 『한국고전소설총서』 7-13권(태학사, 1983)

논문

서정민, 「「삼강명행록」의 창작 방식과 그 의미」(『국제어문학』 35, 국제어문학회, 2005)
서정민, 「「삼강명행록」을 통해 본 여성의 성장」(『한국고전여성문화연구』 14,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7)
임현아, 「「삼강명행록」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9)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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