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시행한 고승이다. 성은 김씨(金氏). 호는 설봉(雪峰), 자는 절조(絶照). 평양군(平陽君)영순(永純)의 동생으로, 7세 때 부모의 명을 받고 선원사(禪源寺)에 출가하여 자오국사(慈悟國師)의 제자가 되었다.
1292년(충렬왕 18) 승과에 응시하여 상상과(上上科)에 올랐으나, 명예나 문자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도를 닦아 얻는 과보를 중시하여 각지를 다니면서 도를 구하다가 원나라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도행(道行)이 높은 철산(鐵山)의 경선사(瓊禪師)를 만난 뒤 함께 귀국하여 3년 동안 제자의 예로 모셨다.
그 뒤 용천사(龍泉寺)의 주지로 있으면서 백장(百丈)의 선문청규(禪門淸規)를 취하여 이를 실행하였으며, 뒤에 선원사 주지가 되어 15년 동안 크게 종지(宗旨)를 선양하였다. 1334년부터 보광사(普光寺)에 머무르며 절을 중건하였고, 1338년 8월 문인들에게 비를 세우거나 탑을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뒤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가부좌(跏趺坐)한 채 입적하였다. 나이 64세, 승랍 58세였다. 국사로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원명(圓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