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 패다라(貝多羅), 즉 나뭇잎이라는 뜻에서 온 말로 패다(貝多), 또는 패다라엽(貝多羅葉)이라고도 한다. 패다라는 범어 ‘Pattra’의 음사로서 특정한 식물을 가리키기도 하나, 흔히 일반 식물의 잎 또는 필사용 나뭇잎이란 뜻으로 쓰인다. 종이가 생산되지 않던 옛날 인도 등지에서 종이의 대신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좋은 재료는 다라(多羅, tala)나무의 잎이다. 불교의 삼장(三藏)의 경전은 흔히 이 다라나무의 잎에 썼다. 그러므로 일설에는 패는 잎이라는 뜻이므로 다라나무의 잎을 패다라라고 한다고도 한다.
다라나무의 잎은 바탕이 곱고 길며, 이를 글 쓰는 데 사용하려면 먼저 나뭇잎을 말려서 너비 약 2인치, 길이 약 1자 내지 2자의 장방형으로 끊어서 죽필(竹筆), 또는 송곳이나 칼 등으로 글자의 획을 만들고, 먹을 새겨 넣거나 먹과 붓으로 쓰기도 한다. 완성된 패엽은 보통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두 개 뚫어 실로 몇 십장씩 꿰어 묶어서 중축(中軸)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를 통칭 범협(梵夾)이라고 하며, 보살상의 조각에 지물(持物)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옛날에는 협판(夾板)의 표면에 여러 가지 부조(浮彫) 장식을 넣고, 내면에는 불보살 · 호법선신 등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패엽경은 신라시대부터 전래되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신라 승려가 서역으로 유학 갔다가 패엽경을 가지고 귀국하여 황해도 신천의 구업사(具業寺)에 봉안한 뒤, 절 이름을 패엽사로 고쳤다고 한다. 현재 대구 동화사(桐華寺)와 영월 법흥사(法興寺)에 패엽경이 보관되어 있다. 이 가운데 법흥사의 패엽경은 단 한 장으로, 앞뒤 가득 범어로 쓰여 있다. 이 패엽경은 본래 금강산의 마하연사(摩訶衍寺)에 봉안되어 있었으나, 광복 이후 공산치하를 피하여 남쪽으로 내려와 행방이 묘연하였다가 부산의 한 승려가 신도한테서 얻어 법흥사에 봉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