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여정(汝正), 호는 연객(烟客)·초선(草禪)·구도(舊濤). 지평 열(悅)의 증손이다.
1735년(영조 11)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관직을 가지지 않고 학문과 시·서·화에 전념하여 당시에 삼절(三絶)로 불리었다.
이용휴(李用休)가 쓴 허필의 지명(誌銘)에는 청빈하고 소탈한 성격과 문학과 고예술품(古藝術品)을 사랑하는 태도가 잘 묘사되어 있으며, 또한 모든 서체(書體)에 능통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전서(篆書)와 예서(隷書)에 뛰어났다고 하였다. 산수·영모 등의 그림을 그렸으며 산수화는 명대(明代) 심주(沈周)의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지금 전하는 몇 폭의 그림들은 명대 오파(吳派) 또는 미가(米家 : 중국 송대의 문인화가 米芾·米友仁 부자를 일컬음.) 산수양식의 특징을 보이는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남종화라고 할 수 있다. 저서로는 ≪선사창수록 仙槎唱酬錄≫과 ≪연객유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