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객시고 ()

고전산문
문헌
조선후기 서화가 허필의 시 200여 수를 수록한 시집.
정의
조선후기 서화가 허필의 시 200여 수를 수록한 시집.
개설

조선후기 시·서·화로 명성을 날린 허필[1709(숙종 35)∼1761(영조37)]의 시집이다. 허필의 자는 자정(子正)·여정(汝正), 호는 연객(烟客)·초선(草禪)·구도(舊濤) 등이다. ‘연객’과 ‘초선’은 허필이 담배 애호가였기에 쓴 호이다. 허필은 1735년 진사시의 합격에 그쳤고, 소수 당파인 소북(小北)에 속하였기에 관직에 나가지 못한 채 불우와 가난으로 점철된 포의(布衣)의 삶을 살면서 문학과 예술, 산수 유람으로 자호(自好)하였다. 진사시 합격 당시 거주지는 제천으로 나오지만, 그의 고향은 경기도 장단(長湍)으로 서울·경기에서 주로 생활하였다.

허필의 시문집으로『선사창수록(仙槎唱酬錄)』, 『연객유고(烟客遺稿)』등이 있다고 기록에는 전하지만 실물은 발견된 바가 없고, 소북계(小北系) 시인 5명의 시를 수록한 『오대가시(五大家詩)』 속에 「연객시고(烟客詩稿)」라는 제명으로 한시 200여 수가 실려 있을 뿐이다. 그의 한시의 특징은 일상시(日常詩)가 절대 다수인데 교유시, 여행시, 해학시, 제화시 등이 특히 주목된다. 18세기 서울 근기(近畿) 지역의 소북·남인계의 문학·예술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편찬/발간 경위

소산(蘇山) 윤기진[(1854~?(1902년 이후)]은 소북계 문신으로 승지 벼슬을 지냈고, 조선의 역사를 개술한 『대동기년(大東紀年)』(1903년)을 편찬한 인물이다.

본서는 그가 속한 당파인 소북계 선배 시인 5명의 시집을 구하여 편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정 및 작품을 가려 뽑은[選] 흔적이 많은 것으로 보아 간행을 위한 저본이 되었던 듯하나, 결국 간행되지는 못하였다.

서지적 사항

소북계(小北系) 시인 5명의 시를 수록한 『오대가시(五大家詩)』는 필사본 1책이고, 책 크기는 세로 29.5㎝, 가로 19.4㎝이며 고려대학교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수록된 내용은 「취송시고(醉松詩稿)」(이희사 저), 「연객시고(烟客詩稿)」(허필 저), 「후청시고(后靑詩稿)」(이한교 저), 「지우재시고(之又齋詩稿)」(정수영 저), 「수와시고(睡窩詩稿)」(박최인 저)의 순서로 실려 있으며, 「취송시고」 외 4인의 시집은 아직 다른 이본이 확인되지 않는 유일본들이다.

『오대가시』의 첫장과 끝장에는 ‘소산(蘇山)’, ‘파평(坡平)’, ‘윤기진인(尹起晉印)’ 등의 장서인이 찍혀 있다.

내용

「연객시고」에는 5언절구 76수, 5언율시 44수, 7언절구 88수, 7언율시 38수, 잡체시 8수, 5언고시 3수, 7언고시 2수 등 200여 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벗 임희성이 허필 만년에 직접 본 「연객시고」에 수록된 시가 수백 편에 불과하다(「허여정연객시구너서(許汝正烟客詩卷序)」, 『재간집(在澗集)』 권2)고 한 것으로 보아, 『오대가시』 내의 연객시는 원 시고의 1/2 내지 1/3의 분량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의 특징으로는 일상의 소재를 취하여 평이한 풍 또는 해학적 풍으로 그려내는 것을 들 수 있다.

「여묵계제우회동악시단각부(與墨溪諸友會東嶽詩壇各賦)」와 「화헌야념검남운동부(花軒夜拈劒南韻同賦)」 등의 작품은 허필과 벗들 사이의 일상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평생에 점철된 빈궁(貧窮) 속에서 때로 꼿꼿한 성품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 해학적 풍모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냉돌(冷堗)」과「오상사언사설백반연포희작일절(吳上舍彦思設白飯軟泡戱作一絶)」 같은 해학시(당시에는 배해체(俳諧體)로 불렸다)는 한시사에서 주목할 만한 시이다. 그는 궁(窮)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던 한(閑)을 여행과 시·서·화라는 문학과 예술 세계에 쏟았다. 따라서 그의 시에는 제천, 울진, 양산, 묘향산, 금강산, 서산, 김해 등을 여행하면서 지은 시와 서화가 또는 예술 작품을 품평한 시가 많이 실려 있다.

아울러 그의 생애와 인물됨은 이용휴의 「허연객생지명(許烟客生誌銘)」과 「연객만시(烟客輓詩)」, 임희성의 「허여정연객시권서(許汝正烟客詩卷序)」 및 「제허여정필문(祭許汝正佖文)」 등에 상세하다.

의의와 평가

조선후기 시·서·화로 명성이 있던 허필의 시는 『양천허씨세고』, 『대동시선』(장지연 편) 등의 시선집에 잔편(殘篇) 몇 수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오대가시』 내의 「연객시고」 역시 그의 전체 시문은 아닐지라도 많은 양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허필 개인의 문학과 삶을 고구(考究)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연객 본인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점과 18세에 요절한 천재 화가 임희수(任希壽)에 대한 만시(輓詩) 8수 및 연객의 제평(題評)이 담긴 표암 강세황에 관련된 여러 시 작품들은 조선후기 회화사 사료로서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육유(陸游) 시풍’으로 부를 수 있는 일상적이고 평이한[平淡] 시풍은 당대의 한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시사적 의미를 갖는다.

참고문헌

「정수영의 지우재유고」(김영진, 『고전과해석』6, 고전문학한문학연구학회, 2009)
「연객 허필 서화 연구」(박지현, 서울대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2004)
「허필의 연객시고」(김영진,『문헌과해석』26, 문헌과해석사, 2004)
「18세기 우정론의 맥락에서 본 이용휴의 생지명고(生誌銘考)」(정민, 『한국학논집』34,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2000)
「안산의 성씨(‘양천허씨’조)」(『안산시사-중』, 안산시사편찬위원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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