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기는 물오른 나무껍질이나 갈대로 만들어 부는 민속 생활 악기이다. 주로 버드나무에서 벗겨낸 껍질을 대롱〔管〕처럼 다듬어 입에 물고 소리를 내므로 버들피리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유피피리(柳皮觱栗), 유행(柳笙), 유적(柳笛), 유가(柳笳), 춘가(春笳) 등으로 표기되었다. 넓은 의미의 풀피리〔草笛〕에 속하나 나뭇잎을 이용하는 엽적(葉笛)류와는 구분된다.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수피를 벗겨 내기 쉬운 봄날에 어린이들이 피리를 만들어 노는 ‘호드기 불기’ 놀이가 세시풍속의 하나로 전해 왔다.
자연 재료를 이용한 민속 생활 악기이므로 연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선 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를 비롯한 세시풍속 기록에 3월의 세시풍속으로 ‘호드기 불기’가 소개되었으며, 이밖에도 여러 문인들의 시문에 봄날 어린이들이 부는 호드기 소리를 언급한 것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주3 이덕무가 쓴 「봄날에 아이들의 놀이를 씀」이라는 시에서 복숭아꽃, 살구꽂 줄지어 핀 김씨네 동산에서 아이들이 버들피리와 복어껍질로 만든 북을 치면서 뛰노는 모습이 정겹게 묘사되어 주1
한자 기록에서 호드기는 ‘유피피리(柳皮觱栗)’, ‘유행(柳笙)’, ‘유적(,柳笛)’ , ‘유가(柳笳)’, ‘춘가(春笳)’로 표기되었고, 민간에서는 지역에 따라 ‘호들기’, ‘호뜨기’ 등의 수많은 방언으로 불린 것으로 보아 생활 속에 널리 분포되어 전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무라야마 지준〔村山 智順〕의 『조선(朝鮮)의 향토오락(鄕土娛樂)』에는 거의 전 지역의 세시풍속으로 호드기 불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세시풍속으로서의 전승은 사라졌고, 개인 일상에서 옛 추억의 하나로 재현되거나 문화 행사의 체험 활동으로 채택되는 정도다.
호드기의 형태와 제작 방법은 생활 속에서 전해온 것이므로 일정한 규격과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굵기와 크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력 3월경 한창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낸 다음, 한쪽 끝부분에 칼집을 내어 목심부를 벗겨낼 준비를 한다. 버드나무의 주4을 살펴가며 양손으로 살살 비틀어 속을 빼내고, 분리된 주5를 원하는 크기로 자른다. 대롱 한쪽 끝부분의 겉껍질을 피리의 서〔舌〕 부분처럼 칼로 긁어내면 완성된다.
호드기의 용도는 주로 어린이들의 놀이에 사용되었다.
호드기를 불 때는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낸 쪽을 입술로 물고, 앞니를 이용해 살살 씹어 주어 굵기와 습도를 조절한 다음, 입김을 불어 주2 호드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대롱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음역과 음색이 다르다. 대롱이 긴 호드기는 낮은 소리가 나고,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