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은 중국에서 전래된 지더(zither)형 찰현 악기(擦絃樂器)이다. 장방형의 공명통에 현을 걸어 활로 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진동 원리에 따른 분류에서는 현명악기(絃鳴樂器)에 속한다. 중국 고대 악기인 알쟁(軋箏)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부터 아쟁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한다. 주로 당악 계통의 궁중 음악 연주에 편성되다가 조선 전기부터는 향악도 연주하였다, 20세기 전반에 민속악 연주용 산조아쟁이 만들어졌고, 1960년 이후로 여러 가지 개량 아쟁들이 만들어져 창작곡 연주에 사용되고 있다.
아쟁의 근원은 중국 고대 악기인 ‘알쟁’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송 시대에 편찬된 『악서』의 주3에서 주4의 악기로 소개된 ‘활로 연주하는 주5의 7현 알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당나라에 소개된 고구려 연주단의 악기 편성에 추쟁(搊箏)과 탄쟁(彈箏) 등의 명칭이 있는데, 이 악기들과 아쟁과의 관련성은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삼국시대의 역사 기록이나 『고려사』 및 기타 주6 등에 아쟁을 언급한 것이 거의 없어, 아쟁류의 악기가 언제 들어와 어떻게 전승되었는 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당 이후 알쟁의 전승이 단절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 「악지」의 당 악기 편에 7현 아쟁이 포함되어 있고, 조선 전기의 『세종실록』 「오례」 및 『악학궤범』에 아쟁의 도설과 용례 등이 명시된 이후 현재까지 주로 궁중 음악의 당악과 향악에 사용되었다. 1930년대에는 민속 음악가 박성옥(朴成玉, 주8이 주9 연주에 적합한 8현 아쟁을 만들었고, 이후로는 연주자들 사이에서 8현 외에 7현, 9현 아쟁이 사용되다가 점차 8현의 아쟁으로 정착되었다. 또한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음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아쟁의 현 수를 늘이거나 공명통의 구조를 개조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늘어나며 정악아쟁, 산조아쟁, 창작아쟁, 소아쟁, 대아쟁, 7현 아쟁, 8현 아쟁, 9현 아쟁, 12현 아쟁 등 다양한 구분이 생겼다.
2000년 이후 현재 국립국악원 정악 연주단에서는 당악을 연주할 때는 7현 아쟁을, 향악을 연주할 때는 9현 아쟁을 사용하고 있으며, 민속악 연주단에서는 8현 아쟁을 독주와 합주에 사용하고 있다. 또 10현 아쟁을 정악 및 창작 음악 모두에 사용하는 예도 많다. 이밖에 산조아쟁에 철현을 얹어 가야금처럼 현을 뜯고 튕겨 연주하는 철 아쟁도 있다.
아쟁은 긴 직육면체 상자식 공명통 위에 주12을 놓고 그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을 걸게 되어 있다. 아쟁의 공명통 재료와 제작은 산조 주13과 유사하다.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밤나무를 대어 만들며, 안족은 화리나무 등의 단단한 나무로 깎는다. 정악 아쟁의 활대는 속이 비어 공명이 잘되는 개나리나무의 겉껍질을 벗겨내어 만든다. 산조아쟁은 주14으로 만든 활을 쓰는데, 특별히 제작하지는 않고 첼로의 활을 그대로 사용한다.
아쟁의 구조는 공명통의 앞판과 뒤판은 3-4㎝ 두께의 옆판에 연결되어 있으며, 위와 아래에는 주15과 미단(尾團)이 있다. 좌단과 미단은 공명통을 튼튼하게 지지해 주며 부분적으로는 공명 장치 역할도 한다. 좌단과 미단에는 공명통에 줄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현의 수만큼 뚫려 있고, 줄을 제 위치에 고정시키고 현의 진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현침(絃枕, 줄 베개, 주16을 붙인다. 앞판에서 넘어온 줄을 주17를 이용해 좌단에 고정시키고, 가장자리에 받침대 역할을 하는 주18을 붙인다. 미단 쪽에는 악기를 연주할 때의 무릎 높이보다 좀 더 높은 다리, 일명 주19을 붙인다. 아쟁의 안족은 가야금의 안족과 거의 비슷하지만 높이는 약간 높은 편이다. 현은 명주실을 굵게 꼬아 만드는데, 끝에는 무명실로 된 파란색 주20을 달아 현을 연결시키고 이것으로 현의 장력과 강도를 조절한다. 부들은 좌단 아래쪽의 구멍에 넣어 고정시킨다.
아쟁의 규격은 악기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표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국립국악원 소장 유물 정악 아쟁의 경우 몸통은 길이 151㎝, 폭 23㎝, 두께 4.1㎝이고, 개나리 활대의 길이는 83.3㎝이며, 현의 수는 7현이다. 김죽파의 유품으로 전해지는 김광주 제작 산조아쟁은 길이 121.3㎝, 폭 26.6㎝, 두께 3.1㎝이고, 현의 수는 7현이다.
궁중 음악과 민속 음악, 창작 음악, 무용 및 창극 반주 등에 합주 및 독주 악기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쟁을 연주할 때는 미단(尾團) 쪽의 초상(草床)과 미단 쪽의 운족(雲足)을 이용해서 아쟁을 펼쳐 놓고 앉는다. 이때 연주자는 보통 아쟁으로부터 약 20-30㎝ 정도 떨어져 앉는다. 오른손으로 활을 쥐고 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데, 활을 잡을 때는 검지손가락이 활 위로 오게 하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가볍게 감싸 쥔다. 왼손은 안족 아래 약 10㎝쯤 되는 곳에 올려 놓고 활대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주21을 한다. 음정을 맞출 때는 현을 손가락으로 한 음 한 음 뜯어서 조율하거나 활로 그어가면서 조율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활로 긋는 음정이 더 정확하다.
아쟁 연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음정과 숙련된 활 쓰기이다. 정악 아쟁의 경우 줄과 줄 사이의 간격이 멀고 나무 활대를 쓰기 때문에 자칫하면 귀에 거슬릴 정도로 거친 소리가 난다. 거친 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에 닿는 활의 위치를 잘 잡고 현의 진동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