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5연 2행으로 이루어진 시이다. 1연에서 작자는 조국을 떠나와 살고 있는 파초의 모습을 그리면서,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고 말한다. 고향을 떠나와 슬프게 살아가는 파초는 일제 식민지하의 조국을 상징한다. 2연에서는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라고, 파초를 여인으로 의인화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있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는 해방을 기다리는 작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3연에서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고 하여, 파초의 목마름,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고자 하는 작자의 마음을 드러낸다. 4연에서 ‘이제 밤이 차다/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하면서, 차가운 밤을 맞을 파초에게 진정한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 5연은 파초와 자기자신이 같은 처지에 있음을 인식하고, 절망을 딛고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자는 조국을 상실한 비극적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라고, 절망 극복의 의지를 드러낸다.
이 시는 일제 탄압 아래에서 살고 있던 작자의 민족적 비애가 담겨진 작품이다. 1920년대에 처음 등단할 당시에 퇴폐적인 경향의 시를 썼던 작자는, 1930년대에 이르러 퇴폐성의 문학을 떠나 어두운 조국의 현실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쓴 것 중에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파초」이다. 이 작품은 암담한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절망을 극복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그것을 높은 예술성으로 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큰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