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녘은 경상도를 이르는 말로 서울, 충청의 윗녘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이 지역은 범패와 작법무에서 지역적인 특징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으며, 수륙재의 재차 구성도 독특하여 2013년 12월 31일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아랫녘 수륙재는 불모산에 주석한 웅파덕민을 중시조로 하여 해얌해규, 우담재희를 거쳐 현재의 석봉철우에 이른다. 승려 석봉은 영남의 민속예술 전반을 경험하였고, 이를 불교의례에 수용하여 아랫녘 수륙재의 기반을 잡아 현재에 이른다. 아랫녘 수륙재가 불교의례이면서도 민속신앙의 여러 요소와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아랫녘 수륙재는 상단, 중단, 하단, 고사단, 증명단, 신중단, 사자단, 오로단, 마구단, 봉영부욕단의 10단과 외대령소, 소전소, 유나소, 정재소, 관욕소의 5소를 기본 설단으로 하고, 여기에 괘불, 연, 깃발, 번, 지화, 지전으로 장엄한다.
범패와 작법무도 고유한 양식을 보여주어 이를 영남 범패의 불모산제라 이름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염불을 게송하면서 사용하는 악기는 태징, 목탁, 법고, 광쇠인데 광쇠는 영남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악기이다.
아랫녘 수륙재는 칠칠재의 형식을 택하여 양력 8월 말에 입재를 하고 매 7일 간격으로 초재부터 육재까지 설행한 후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이틀간 회향을 하는데 이를 일러 아랫녘 수륙재라 한다. 육재 이틀 후에 용왕재를 별도로 설행하는 것도 아랫녘 수륙재의 특징이다.
아랫녘 수륙재의 각 재차는 다음과 같다. ① 들보례로 재를 설행하기 위하여 어산 스님들이 절에 들어가 대웅전의 제불을 뵙는 의식이다. ② 외대령으로 재를 베풀기 위하여 영혼을 처음 대면하여 수륙도량으로 모신다. ③ 관욕으로 모셔온 영가를 정결하게 씻는다. ④ 괘불이운으로 재의 중심이 되는 부처님의 괘불을 수륙도량에 모신다.
⑤ 쇄수결계로 수륙도량을 구획하여 청정한 곳임을 알린다. ⑥ 신중대례로 신중들이 도량에 강림해 보호해 줄 것을 청한다. ⑦ 각단 권공으로 상단, 중단, 신중단에 공양을 올린다. ⑧ 영반으로 하단 영가에게 공양을 올린다. ⑨ 재시용상방으로 수륙재의 소임을 각각 분장하여 적은 방문을 게시한다. ⑩ 영산작법으로 영축산의 법회를 재현하여 찬탄한다.
⑪ 사자공양으로 수륙재가 설행됨을 알릴 사자를 청하여 공양한다. ⑫ 오방오로청으로 다섯 방위를 관장하는 황제를 청한다. ⑬ 상단청으로 삼신제불과 보살 등을 수륙도량에 청한다. ⑭ 삼장청으로 천장, 지지, 지장보살과 명부의 여러 권속을 청한다. ⑮ 고사청으로 명부의 여러 창고지기를 청한다. ⑯ 조전점안으로 금은전을 만들어 명부로 보낸다.
⑰ 각단권공으로 청해온 여러 성중을 다시 한 번 대접한다. ⑱ 마구단권공으로 사자가 타고 온 말을 대접한다. ⑲ 설주이운 및 거량으로 고승대덕을 청해 법문을 듣는다. ⑳ 소청하위 및 시식으로 영가를 청하여 공양을 베푼다. ㉑ 봉송으로 수륙재에 온 모든 존재를 돌려보내고 재를 마무리 짓는다.
아랫녘 수륙재와 관련된 풍속으로는 삼회향놀이, 경상남도 불모산 영산재 등이 있다.
아랫녘 수륙재는 일반적인 불교의례의 흐름을 따르지는 않아, 영가를 처음 호명하여 모시거나 여러 성중을 모시기 전에 공양을 올리는 등 민속적인 모습이 보인다. 특히 생전 예수재에서 핵심이 되는 명부의 여러 권속에게 자신의 죄를 사하는 조전점안이운의식을 설행하여 아랫녘 수륙재가 대단히 복합적인 의례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