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은 불보살에 의지하여 가피력을 기원하는 불교수행법이다. 부처를 억념하기 위한 염불은 부처의 상호를 생각하여 관하거나 부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다. 가장 초보적 종교적인 의식으로, 염불 수행의 궁극 목적은 번뇌를 버리고 열반에 드는 데 있다. 신라의 원효가 일반 민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염불 수행법을 민중 속에 전파한 이래, 지눌과 나옹 같은 선종의 고승들도 염불 수행을 적극 권장해 왔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까다로운 선 수행보다는 쉬운 염불 쪽이 수행의 방법으로 더 많이 채택되고 있다. 염불을 하는 형식과 자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부처를 억념(憶念:단단히 기억하여 잊지 않음)하기 위한 염불은 부처의 상호(相好)를 생각하여 관(觀)하거나 부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다. 가장 초보적 종교적인 의식으로 보편적인 염불수행의 궁극 목적은 번뇌를 버리고 열반(涅槃)에 들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는 선수행(禪修行)의 난해함보다는 쉬운 염불 쪽이 수행의 방법으로 더 많이 채택되었고, 선종(禪宗)의 고승들까지 이 염불수행을 권장하는 특이함을 보이게 되었다.
염불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삼시염불(三時念佛)과 별시염불(別時念佛)로 분류된다. 삼시염불은 새벽과 낮, 황혼녘의 세 번으로 나누어 염불하는 것이고, 별시염불은 1일 · 3일 · 7일이나 14일 · 21일 · 100일 등으로 특별한 기간을 정하여 도량(道場)에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염불하는 것이다. 별시염불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사찰을 중심으로 백일기도 · 천일기도, 심지어는 만일염불도량(萬日念佛道場)까지 성행하게 되었다.
염불수행의 방법으로는 4종염불이 일반적인 분류로 채택되고 있다. 4종이란 칭명(稱名) · 관상(觀像) · 실상(實相) · 관상(觀想)의 염불법이다. 칭명염불은 부처의 명호를 부르는 칭념(稱念)의 염불을 말한다. 여기에는 산란한 마음으로 하는 산심염불(散心念佛)과 고요한 마음으로 하는 정심염불(定心念佛), 소리의 크고 작음으로 나누는 대념염불(大念念佛)과 소념염불(小念念佛), 한 부처의 명호만을 부르는 정행염불(正行念佛)과 여러 부처의 명호를 일컫는 잡행염불(雜行念佛)로 나누어진다.
관상염불(觀像念佛)은, 일심으로 한 부처의 불상을 관하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이 염불을 닦는 이는 죽은 뒤에 그 부처의 정토에 왕생한다고 한다. 실상염불은 자신과 아울러 일체 법의 진실한 자성(自性)인 법신(法身)을 관하는 것이다. 관상염불은 단정히 앉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 부처의 상호와 공덕을 관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삼매(三昧)에 들면 분명히 부처를 볼 수 있고, 한 부처를 보게 되면 모든 부처를 볼 수 있게 되며, 이렇게 닦은 이는 죄장(罪障)이 소멸되어 그 불토(佛土)에 왕생한다고 한다.
이상의 4종염불 중 앞의 둘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염불의 뜻과 같으나, 뒤의 둘은 법신과 삼매의 증득이라는 점에서 자력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칭명염불 수행의 한 의식으로서 오회염불법(五會念佛法)이 있다. 다섯 음(音)의 곡조에 따라 늦고 급한 차례로 염불하는 것이다. 제1회는 평성(平聲)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느리게 부르고, 제2회에는 평성과 상성(上聲)으로 역시 느리게 부르며, 제3회에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부르고, 제4회에는 점점 급하게 부르고, 제5회에는 더욱 급하게 ‘아미타불’ 넉 자만 부르는 것이다. 또, 염불수행의 낮고 못함을 일과(日課)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9품으로 나누는 9품염불이 있는데, 이를 도식화하면 〈표〉와 같다.
9품 | 아미타경 | 염불 | 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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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생 | 10권 | 60,000번 | 49회 |
상품중생 | 5권 | 50,000번 | 48회 |
상품하생 | 3권 | 30,000번 | 47회 |
중품상생 | 2권 | 20,000번 | 46회 |
중품중생 | 1권 | 10,000번 | 45회 |
중품하생 | 1권 | 9,000번 | 44회 |
하품상생 | 1권 | 8,000번 | 43회 |
하품중생 | 1권 | 4,000번 | 42회 |
하품하생 | 1권 | 2,000번 | 41회 |
〈표〉 구품염불 수행법 |
이와 같은 9품염불 중 무엇을 택하여 염불하였는가에 따라 사후에 극락의 9품연화대 중 어느 한 곳에 태어난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중요한 염불법으로는 즉심염불(卽心念佛)과 사리쌍수염불(事理雙修念佛), 전수염불(專修念佛)을 꼽을 수 있다.
즉심염불은 마음이 법계(法界)에 두루 가득한 것이므로 10만 억 국토를 지나서 있다는 아미타불도 나의 심불(心佛)에 불과하다는 염불관이다. 즉, 우리의 마음은 청정한 불체(佛體)이지만 무명(無明)의 번뇌가 덮여서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 뿐이며, 그 나타나지 못하는 것을 10만 억 국토의 서방에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심불의 입장에서 내 몸이 곧 정토이며 내 마음이 곧 아미타불이라고 관하여, 자기 마음속의 부처를 염하는 것이다. 이는 선종의 즉심즉불(卽心卽佛)사상에 입각한 염불법이다.
사리쌍수염불은 이치[理]와 현상[事]을 함께 닦는 염불이다. 여기서 사를 닦는다는 것은 입으로 부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고, 이를 닦는 것은 불신(佛身)을 관하는 것이다. 곧 입으로 부처의 명호를 외우고 마음으로 관찰하여 쌍으로 닦는 염불법이다. 전수염불은 염불의 가지가지 방편을 버리고 오직 입으로 부처의 명호만을 부르는 칭명염불수행이다. 이 전수염불은 오직 아미타불의 본원력(本願力)에 순응하여 정토에 왕생하는 정정업염불(正定業念佛)로서, 일반적으로는 이 염불법을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다.
염불은 참선처럼 까다로운 위의(威儀)나 조용한 환경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근기(根機)의 차별없이 아무데서나 손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을 통한 자력수행(自力修行)만으로는 금생에 성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염불수행을 채택하기 때문에 많은 수행자들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참선이 삼매로서 그 극치를 삼듯이 염불의 극치도 삼매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 말의 고승 나옹(懶翁)은 아미타불이 어디에 계신가를 깊은 마음에 새겨 잊지 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무념(無念)에 이르면 온몸이 항상 빛을 놓으리라 하여 염불삼매(念佛三昧)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염불할 때에는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3요소가 있다. 첫째는 믿음[信]으로 서방 극락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둘째는 원(願)으로 현실의 괴로운 사바세계를 여의고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왕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부모나 친척, 나아가서는 뭇 생명 있는 자들의 왕생을 바라는 것이다. 셋째는 행(行)으로 부처의 명호를 염하면서 마음에 부처를 떠나지 아니하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실천적인 행이다. 이때 불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행이 잠시도 쉼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부처를 부르는 소리가 입으로 나오지만 소리를 귀로 들어야 하며, 지극정성으로 염불하여야만 한다.
또, 이 염불수행에는 세 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성심(至誠心)이다. 지극정성으로 신명(身命)을 다 바쳐서 부처를 믿고 의지하며, 성실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둘째는 심심(深心)이다. 부처의 본원(本願)을 깊이 믿고 아미타불의 제도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셋째는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이다. 자기가 쌓은 공덕이 모든 중생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선근(善根)을 극락세계로 회향하여 극락왕생을 구하는 마음이다. 이 세 가지 마음을 가지고 염불하면 반드시 인격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염불을 권장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염불하는 자에게 베풀어지는 각종 이익이 등장한다. 이 현세에서 모든 재난이 소멸되고 병이 없어지며 수명이 연장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는 경사스러운 좋은 일들이 생겨나고 사계절 내내 편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에 임할 때는 아미타삼존불이 친히 서방 극락세계에 인도해 주며, 부처를 뵙고 법을 들으며 영원히 즐거움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염불하는 자에게는 5종의 수승한 인연이 있다. 첫째 일체의 죄업을 소멸하게 되고, 둘째 불 · 보살의 호념(護念)을 받으며, 셋째 눈앞에 부처를 볼 수 있고, 넷째 정토에 왕생하며, 다섯째 왕생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불교가 전래된 이래 염불수행이 널리 유포되었다. 특히, 이 염불수행이 보편화된 데에는 신라의 원효(元曉)가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복잡한 교학(敎學)보다는 일반 민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염불수행법을 민중 속에 전파하여 그들로 하여금 극락왕생의 꿈을 가지도록 하였다. 원효는 정토와 예토(穢土)가 한마음이라는 독특한 주장 아래에서 염불수행을 권하였고, 그 구체적인 수행법으로서 삽관법(鍤觀法)을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이 삽관법은 정관법(淨觀法)과 동의어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는 중생이 마음의 더러움을 없애고 깨끗한 몸으로 번뇌의 유혹을 끊는 가관(假觀)에 속한다. 원효의 삽관법은 징을 치면서 산란한 잡념을 없애면서 염불삼매의 경지에 들도록 하는 특수한 관법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라의 고승들은 『아미타경』 · 『무량수경(無量壽經)』 등의 연구를 통해서 염불수행의 뒷받침을 하였고, 또 염불할 것을 권장하였다. 특히, 광덕과 엄장의 염불수행이나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염불을 통한 성불, 욱면(郁面)의 염불로 인한 서방정토왕생 등 현재 『삼국유사』 속에 많은 설화들이 남아 있으며, 염불결사운동(念佛結社運動)도 널리 전승되었다.
신라 말에 선종이 지방 호족의 비호 아래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당시, 교학에 대한 비판은 극심하였으나 염불수행은 배척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선을 할 수 없는 근기에게 염불을 할 것을 권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염불화두(念佛話頭)라는 독특한 것을 창출하기까지 하였다. 즉, 염불을 하는 그 주인공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입으로 염불하면서 마음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선종의 명맥을 이어받고 있는 현재의 우리 나라 불교에서는 특히 ‘ 자성미타유심정토(自性彌陀唯心淨土)’에 입각한 염불수행이 많이 권장되고 있다. 이는 선정과 염불을 조화시킨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 중기의 지눌(知訥) 이후 유행하기 시작하여 나옹(懶翁)에 의해서 정착되었다. 나옹은 실제로 사바세계가 곧 정토임을 주장하는 자성미타유심정토를 화두로 삼기도 하였다. 이는 염불로써 왕생극락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고려 불교계의 믿음을 선과 조화시킨 것이다. 이것을 염불선(念佛禪)이라고 한다. 따라서, 염불은 잡념을 쉬게 하는 좋은 방편이요, 나옹에게 있어서 염불은 곧 참선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전통은 조선시대 불교계에 큰 영향을 미쳐 조선 중기 이후에는 대부분의 승려들이 화엄(華嚴)과 염불과 선을 함께 중시하는 풍조가 성행하게 되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많은 사찰에 염불당(念佛堂)이 있어서 만일회(萬日會)를 설하고 아미타불을 칭념하여 정토왕생을 원하는 염불의 모임들이 많이 생겨났다. 만일회는 뜻을 같이하는 불자들이 1만 일을 기한으로 하여 나무아미타불을 칭념하는 법회를 말한다.
이 만일염불회가 이 시대에 와서 부쩍 성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건봉사(乾鳳寺)와 망월사(望月寺)의 염불회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특히, 건봉사의 만일회는 전후 3회에 걸쳐 대법회를 가졌다. 처음은 1801년(순조 1)에서 1834년(순조 34)까지 용허(聳虛)가 시작하여 마쳤고, 1850년(철종 1)에서 1863년(철종 14)에는 벽오(碧梧)가, 1881년(고종 18)에서 1908년에는 만화(萬化)가 주관하였다.
우리 나라의 염불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으로 지눌의 설을 따르고 있다. 그는 행동이나 말로나 생각으로 하지 말도록 되어 있는 모든 잘못된 일을 단연코 하지 않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염불을 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 그는 염불이란 어묵동정(語默動靜)의 어느 때이든지 부처의 마음을 본받아서 내 마음을 그렇게 맑고 밝고 환하게 하는 데에 주안을 두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내 마음이 삼매의 경지를 거쳐 진여(眞如)한 원각(圓覺)의 마음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염불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