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알레니는 이탈리아 브레시아 출신으로 1610년 마카오를 통해 중국에 들어와서 1612년 월식(月蝕)을 예견하고 경위도(經緯度)를 측정하였다. 이후복건(福建)을 비롯하여 북경(北京), 상해(上海), 강소(江蘇), 산서(山西)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명말의 재상 섭향고(葉向高) 등 여러 사대부와 친교를 맺은 결과 이들이 알레니를 위해 글을 모아 『희조숭정집(熙朝崇正集)』이라는 문집을 내주었다. 알레니는 마테오 리치의 적응주의(適應主義) 선교전략을 충실히 계승하여 1621년 리치의 행실을 기술한 『대서이서태선현행적(大西李西泰先現行蹟)』을 비롯하여 『만물진원(萬物眞原)』, 『삼산학론기(三山學論記)』, 『천주강생언행기략(天主降生言行記略)』, 『천주성교사자경문(天主聖敎四字經文)』 등 수많은 한문서학서를 남겨 ‘서양에서 온 공자(西來孔子)’로 불렸다.
이 책은 “죄를 씻기 위한 올바른 규칙[滌罪正規]”이라고 풀이되는 제목처럼 천주교의 7성사(七聖事) 중의 하나인 고해성사(告解聖事: 죄를 고백하여 용서받고 죄를 기워 갚기 위해 보속함으로써 천주와 화해하는 성사)의 의미와 절차를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4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1권 성찰(省察, 행위를 살펴봄), 제2권 개과(改過, 허물을 뉘우침), 제3권 해죄(解罪, 죄의 사슬에서 풀려남), 제4권 보속(補贖, 죄를 기워 갚는 행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 성찰에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는 악한 사언행위(思言行爲)와 마땅히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선행(善行) 등을 되돌아보되, 향주삼덕(向主三德: 信望愛), 십계명(十誡命), 칠죄종(七罪宗, 7가지 죄의 근본요소) 등에 비추어 매일, 매월, 매년 성찰할 것에 대해서 기록했다. 제2권은 다시 통회(痛悔, 진실로 죄를 뉘우침)를 기록한 부분[上]과 개과[下]를 기록한 부분 등 둘로 나뉘는데, 진실된 뉘우침을 권하면서 온전히 뉘우치지 못함을 경계하였다. 또 대죄와 소죄를 논하고 죄를 뉘우칠 때의 효과, ‘죄를 뉘우치는 기도문’[悔罪經], 죄를 뉘우침과 관련된 문답풀이 등을 서술했다. ‘개과’ 항목에서는 죄를 뉘우치는 8가지 좋은 방법, 생각을 두는 12가지 항목 등을 서술했다. 제3권 고해에서는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근본 취지, 고해와 관련된 문답, 고해의 정당성과 절차 등을 기술했다. 제4권 보속에서는 사제가 신자의 고해 내용을 누설치 않음과 보속하는 근본 취지를 설명한 후, 자선(慈善), 재계(齋戒) 및 고심(苦心), 속죄(贖罪)를 위한 기도(祈禱) 등을 10가지 공로를 쌓는 항목으로 서술하고, 죄의 유혹을 물리침 등에 대해 서술했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된 한문본은 1849년, 1900년도 중간본이 있는데, 1책 4권으로 되어 있다. 한글본은 2책 4권으로 책의 크기는 12.5×19.5㎝, 한 쪽당 8행 17자씩 기록되어 있으나 표지는 결락되어 있다. 1791년 진산사건으로 규장각에 보관된 이 책자가 소각되었음이 『외규장각형지안(外奎章閣形止案)』에 기록되어 있고, 1801년 신유박해 때도 한신애(韓新愛)의 집에 보관된 것이 발각되어 소각되었으므로, 이 책은 최소한 1791년 이전에 조선에 전래되어 신자들에게 읽혀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