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Julius Aleni, 艾儒略, 1582~1649)는 1610년에 마카오를 거쳐 중국에 와서 1612년에는 월식(月蝕)을 예견하고 주1를 측정하였다. 이후 푸젠[福建],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산시[山西] 등지에서 활동하며 명나라 말기의 재상 섭향고(葉向高) 등 사대부들과 친교를 맺었다. 사대부들이 알레니에게 보낸 시(詩)가 『희조숭정집(熙朝崇正集)』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 알레니는 마테오 리치(Matteo 주2의 주3 전교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며 1621년에 리치의 행실을 기술한 『대서서태이선생행적(大西西泰利先生行蹟)』을 비롯해 『만물진원(萬物眞原)』, 『삼산학론기(三山學論記)』, 『천주강생언행기략(天主降生言行記略)』, 『천주성교사자경문(天主聖敎四字經文)』 , 『서학범(西學凡)』, 『직방외기(職方外紀)』 등 수많은 한문 서학서를 남겨 ‘서양에서 온 공자[西來孔子]’로 불렸다.
『척죄정규(滌罪正規)』는 4권 1책, 목판본이다. 조선에서는 1791년 진산 주4으로 규장각 소장 『척죄정규』가 주5이 『외규장각형지안(外奎章閣形止案)』에 기록되어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한신애(韓新愛)의 집에 보관된 것이 발각되어 소각되었으므로, 이 책은 늦어도 1791년 이전에 조선에 전래되어 신자들에게 읽혀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에 한문본(1책 4권) 1849년, 1900년도 중간본이 소장되어 있다. 한글 번역본은 2책 4권으로 책의 크기는 12.5×19.5㎝이다. 한 쪽당 8행 17자씩 기록되어 있으나 표지는 떨어져 없다.
『척죄정규(滌罪正規)』는 ‘죄를 씻기 위한 올바른 규칙[滌罪正規]’으로 풀이되는 제목처럼 천주교 주6 중 하나인 고해 주8의 의미와 절차를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총 4권으로 되어 있으며, 제1권 성찰(省察, 행위를 살펴봄), 제2권 개과(改過, 허물을 뉘우침), 제3권 해죄(解罪, 죄의 사슬에서 풀려남), 제4권 보속(補贖, 죄를 기워 갚는 행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 성찰(省察)에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는 악한 사언행위(思言行爲)와 마땅히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선행(善行) 등을 되돌아보되, 향주삼덕(向主三德, 信望愛), 십계명(十誡命), 칠죄종(七罪宗, 일곱 가지 죄의 근본 요소) 등에 비추어 매일, 매월, 매년 성찰할 것에 대해 기록하였다.
제2권은 통회(痛悔)를 기록한 부분[上]과 개과(改過)를 기록한 부분[下]으로 나뉜다. ‘통회’ 항목에서는 진실된 뉘우침을 권하면서 온전히 뉘우치지 못함을 경계하였다. 또 대죄와 소죄를 논하고 죄를 뉘우칠 때의 효과, ‘죄를 뉘우치는 기도문[悔罪經]’, 죄를 뉘우침과 관련된 문답 풀이 등을 서술하였다. ‘개과’ 항목에서는 죄를 뉘우치는 8가지 좋은 방법, 생각을 두는 12가지 항목 등에 관해 설명하였다.
제3권 고해에서는 주7에게 죄를 고백하는 근본 취지, 고해와 관련된 문답, 고해의 정당성과 절차 등을 기술하였다.
제4권 보속(補贖)에서는 사제가 신자의 고해 내용을 누설치 않음과 보속의 근본 취지를 설명하였다. 이후 자선(慈善), 재계(齋戒) 및 고심(苦心), 주9를 위한 기도(祈禱) 등을 10가지 공로를 쌓는 항목으로 서술하고, 죄의 유혹을 물리침 등에 대해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