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본. 필사자 미상. 청대 소설 『충렬협의전』(120회)을 번역한 책이다. 『삼협오의(三俠五義)』라고도 한다. 청대 중엽 강담사(講談師: 이야기꾼) 석옥곤(石玉昆)이 창작한 것을 문인들이 『용도공안(龍圖公案)』으로 개정하였다가 이후 『삼협오의』로 개편한 협의소설(俠義小說)이다.
낙선재본 『충렬협의전』은 40권 40책이며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번역 양상은 원전에 충실한 직역 위주이나 축자역되거나 의역된 부분도 있다. 이 외에 일본 고마자와(駒澤)대학 다쿠소쿠(濯足)문고에 10권 20책으로 이루어진 『충렬협의전』이 있다.
『충렬협의전』의 주제는 충렬과 협의 선양으로, 포공(包公) 관련 고사와 협객들이 포공을 보좌하여 폭도를 제거하고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전반부는 포공이 공명정대하게 법을 집행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며, 후반부는 협객들이 간신과 폭도를 제거하고 백성을 안정시키기 위해 포공과 안사산(顔査散)을 도와 조정 내의 간악한 방태사(龐太師)와 모반을 꾀하는 양양왕(襄陽王) 등과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 진종(眞宗) 연간 유비(劉妃)와 이비(李妃)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귀비(貴妃)이다. 어느 날, 이비가 태자를 출산하자, 유비가 시기하여 태자를 살쾡이로 바꾸고 요물을 낳았다는 소문을 낸다. 이로 인해 이비는 내궁에 감금되었다가 목숨만 건진 채 떠돌게 된다. 한편, 어려서부터 비범함을 보인 포증(包拯)은 진사에 급제하여 정원현(定遠縣) 지현(知縣)으로 부임한다. 지현으로 있으면서 여러 살인 사건과 소송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리고 판결한다. 이후 포공은 황제의 명으로 진주(陳州)로 가 방욱(龐昱)의 죄상을 밝히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이비를 만난다. 포공은 이비에게 그간의 일을 듣고, 인종(仁宗)과 모친 이비가 상봉하도록 돕는다.
한편, 포공은 남협(南俠) 전소(展昭)의 도움으로 죽을 위기를 모면한다. 전소는 귀향 후, 쌍협(雙俠) 정씨(丁氏), 오의(五義) 등 여러 협객들을 사귀게 된다. 협객들은 불의에 맞서서 포악한 사람들을 제거하고 어진 사람을 보살핀다(除暴安良)는 취지 아래 간신과 폭도들을 물리친다. 그 때, 양양왕(襄陽王)이 모반을 꾀하자 협객들은 안사산(顔査散)을 따라 양양(襄陽)을 순시한다. 그 과정에서 인신(印信)을 되찾고 백옥당(白玉堂)은 동망진(銅網陣)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결국 장평(蔣平), 지화(智化) 등이 종웅(鍾雄)을 조정에 귀순시키고, 여러 호걸들과 함께 양양을 토벌한다.
『충렬협의전』은 삼협(三俠)과 오의(五義)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로, 한글번역본은 왕실에서만 유통되었다. 세태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지고 강호의 협객들을 생동감 있게 형상화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특히, 강건한 성격, 외유내강 성격, 소탈한 성격, 치밀한 성격, 비범한 성격, 편협한 성격 등 인물의 다각적인 성격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장서각 소장본과 일본 고마자와대학 소장본은 동일한 서체로 궁중에서 필사된 문헌이다. 고마자와대학 소장본은 여러 곳에서 내용을 수정한 흔적이 발견되지만, 장서각 소장본은 수정한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장서각 소장본에는 고마자와대학 소장본의 수정 사항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 고마자와대학 소장본을 저본으로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본의 성격, 번역 및 수정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삼협오의』의 연작인 『소오의』의 번역본 『충렬소오의』가 전하고, 『충렬협의전』의 전반부 20회를 개작한 한문소설 『포염라연의』와 이를 번역한 『염라왕전』이 있어, 『충렬협의전』의 개작 현황과 변용된 실태를 고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