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의사』는 명나라의 소설 『수양제염사』(8권 40회)의 번역본이다. 한글필사본으로 해남 녹우당 소장본 『수양외사』와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본 『수양의사』 2종이 있다. 『수양의사』는 수 문제의 둘째 아들 양광이 수 문제와 큰 아들 양용을 죽이고 제위에 올라 양제가 된 후 사치와 향락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우문화급, 배건통 등에게 사살되고 수나라는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양의사』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문학적 색채가 두드려져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성의 짜임새가 있고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섬세한 점이 특징이다.
한글필사본. 필사자 미상. 명대 소설 『수양제염사』(8권 40회)를 번역한 책이다. “제동야인편연(齊東野人編演), 불경선생비평(不經先生批評)”이라 적혀 있지만 작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한글본은 2종이 전하고 있다. 해남 녹우당 소장 『수양외사』는 『해남녹우당의 고문헌』(2)을 통해 권1과 권5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현재는 권5만 확인 가능하다. 권1의 번역 부분은 원전의 제1회부터 제16회 중반 부분까지이며, 권5는 제37회부터 제40회까지이다. 두 책에 ‘기사(己巳) 3월(三月) 순3일(旬三日)’, ‘기사(己巳) 지월(至月)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권1의 표지에 “기사년 여름 하순에 만경의 내아에서 책을 장정하였고, 한산 숭문동 부용당의 소유(己巳仲夏下澣糚䌙于萬頃之內衙歸于韓山崇文洞之芙蓉堂)”라고 적혀 있다. 이를 통해 보면 부용당 신씨(申氏, 1732∼1791)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의 손자 윤운(尹惲)에게 시집오기 1년 전인 1749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연세대학교 도서관에도 있다. 표지에 ‘수양의사(隋楊義史)’라 적혀 있으며, 1책(권2)만 남아 있다. 번역 부분은 원전의 16회부터 23회까지이다. 정갈한 궁체에 고급스럽게 장정되어 있어 사대부가 이상이 집안에서 읽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수양제염사』 중국 판본이 규장각,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에 있으며, 일본 판본 『수양제외사(隋煬帝外史)』(1760)가 서울대학교에 있다.
『수양제염사』는 수 문제(文帝)의 둘째 아들 양광(楊廣)이 황제로 즉위한 뒤 주색에 빠져 온갖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수나라가 멸망하고 당나라가 건국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양의사』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하를 통일하고 수나라를 세운 문제는 큰 아들 양용(楊勇)을 태자로 책봉하고, 둘째 아들 양광을 진왕(晉王)으로 봉하지만, 양광이 문제를 시해하고 제위에 올라 양제(煬帝)가 된다. 양제는 문제의 칙서를 위조해 형 양용을 죽이고 문제의 후궁 선화부인(宣華夫人)과 환락에 빠진다. 선화부인이 죽자 전국에서 미인을 뽑아 향락을 즐긴다. 양제는 이씨 성을 가진 이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지만 여전히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급기야, 광릉(廣陵)의 빼어난 절경을 배를 타고 유람하고자 마숙모(麻叔謀)를 총감독관으로 임명하고 백성을 동원하여 대량(大梁)에서부터 회하(淮河)에 이르는 대운하 건설을 강행한다. 계속된 양제의 방탕한 생활로 나라의 재정은 궁핍해지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결국 반란이 일어난다. 양제는 반란세력에 밀려 강동(江東)으로 도읍을 옮기면서도 궁궐을 짓고 운하를 파는 등 재정 낭비가 극에 달한다. 결국 우문화급(宇文化及), 배건통(裵虔通) 등이 거사를 일으켜 양제를 사살하고 수나라는 멸망한다.
『수양의사』는 역사적인 사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문학적 색채 또한 두드러져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성의 짜임새가 있고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섬세한 점이 특징이다. 수양제가 음란한 생활, 사치스러운 행각으로 국가 재정을 궁핍하게 만들고, 대운하 건설을 위해 과도한 부역을 동원하는 등 국가 경제를 파탄시킨 횡포를 심도 있게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청대 저인획(褚人獲)의 『수당연의(隋唐演義)』(20권 100회) 창작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수양제염사』는 외설적인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번역본에서는 대폭 축약하거나 생략하였다. 이는 당시 조선의 윤리의식, 조선시대 소설 수용층이 추구하던 심미의식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번역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수양의사』와 『수양외사』는 모두 18세기에 번역된 것으로, 당시 소설 독자층과 어휘 사용상을 살피기에 용이한 자료이다. 완질로 남아 있지 않지만 이른 시기의 번역본에 해당된다. 또한 남아 있는 부분들이 서로 달라 전반적인 번역 양상을 살피기에도 용이하다. 이들 필사본은 20세기 초 구활자본으로 변모하였는데, 1918년 회동서관(滙東書館)에서 발행한 『수당연의』가 그러하다. 필사본에서 구활자본 소설로 재탄생되는 변이 과정을 고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