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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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념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수행 단계.
이칭
이칭
십해(十解), 십지(十地), 십지주(十地住), 십법주(十法住), 십주위(十住位)
내용 요약

십주는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단계를 말한다. 본래 십지(十地)와 동일하게 범어 daśabhūmi의 역어로 사용되었으나 동아시아 불교에서 52 보살 계위설이 정착된 이래 11번째인 초발심주(初發心住)부터 20번째인 관정주(灌頂住)까지의 계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변화하였다.

정의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수행 단계.
개설

십주는 보살이 수행을 통해 오르게 되는 열 가지 단계를 뜻하며, 이 계위에 있는 수행자를 보살이라고 한다. ‘십주’는 ‘십지(十地)’와 동의어로 사용되었으나 52 보살 계위설에서는 범부위(凡夫位)를 벗어나 보살위(菩薩位)에 들어간 최초의 열 단계를 의미한다. 진제(眞諦, 주7는 십주 대신 ‘십해(十解)’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대체로 진실한 의 이치에 안주하는 보살들을 일컫는다.

내용

반야경 계통의 『광찬경(光讚經)』 「십주품(十住品)」에서는 불도에 깨달아 들어가는 10가지 실천을 십주로 설명하며, 제10주의 보살을 부처라고 한다. 또한 구마라집(鳩摩羅什, 344-413?)이 번역한 『십주경(十住經, Daśabhūmika-sūtra)』,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Daśabhūmi-vibhāṣ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많은 한역 경론에서 십주는 보살의 최종 계위인 십지(十地)와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불교의 보살 계위설이 정착됨에 따라 십주의 의미가 변화하였다. 5세기 후반 중국에서 찬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은 『화엄경(華嚴經)』에 의거하여 보살의 계위를 10주(十住) ·10행(十行) ·10회향(十廻向) ·10지(十地) · 무구지(無垢地) · 묘각지(妙覺地)라는 42 계위설로 정리하였다. 이후 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7)가 십신(十信 혹은 十心)을 더하여 52 계위설로 정립함에 따라 십주의 의미도 십지보다 낮은 단계의 계위로 해석되게 되었다. 다만 52 계위설이 성립된 이후에 찬술된 여러 문헌에서 여전히 십지의 의미로 십주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보인다.

52 계위 중 십주의 근거가 되는 『화엄경』 「십주품」은 도리천에서 설해지는데, 깨달음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수미산에 올라 제석천의 궁전으로 가서 중생 세계와 주2가 다 공하다는 것을 설한다.

각 주에서는 10가지 교법을 듣고 수행하여 각 계위에 맞는 마음을 낸다. 그 처음이 초발심주(初發心住)로 부처를 보고 교설을 들으며 깨달음의 마음을 굳건히 하는 계위이다. 제2주인 치지주(治地住)에서는 연민과 자애로움의 마음을 낸다. 제3주인 수행주(修行住)에서는 지혜를 닦는다. 제4주인 생귀주(生貴住)에서는 사물에 대해 철저하고 올바른 입장을 취한다. 제5주인 방편구족주(方便具足住)에서는 이타심을 닦아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제6주인 정심주(正心住)에서는 동요하지 않는 마음을 체득하여 공을 확고히 깨닫는다. 제7주인 불퇴주(不退住)에서는 흔들림이 완전히 없어져 일(一)과 다(多)의 상즉과 유와 무의 일체에 대해서 교설하는 방법을 몸에 익힌다. 제8주인 동진주(童眞住)에서는 자기를 확립하고 부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 제9주인 법왕자주(法王子住)에서는 성속을 다 이해하여 완전히 주6 지혜를 획득한다. 제10주인 관정주(灌頂住)에서는 진실의 지혜에 안주하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부처의 지혜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의의와 평가

십주는 보살 계위설과 관련하여 동아시아 불교의 독자적인 해석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상이다. 특히 십주 중 제7주인 불퇴주는 주3 사상과 관련해서 주4 사상을 형성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엄(智儼, 주8은 『공목장(孔目章)』에서 이 십주의 단계에서 현신 주5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며, 법장(法藏, 주9은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에서 십주의 단계를 불퇴주라고 하여 이때에 부처가 된다고 주장한다. 화엄교학의 신만성불(信滿成佛), 즉 십신의 계위를 다하고 십주에 들어갈 때에 곧 성불한다는 설이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한국 불교에서 신라의 의상(義湘, 625-702)은 신만 혹은 십주를 강조하지 않지만 십주의 단계에서 부처가 되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때 비로소 예부터 성불해 있음[구래성불(舊來成佛)]을 안다고 하였다. 신라에서 십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견등(見登, ?-? 8세기)『화엄일승성불묘의(華嚴一乘成佛妙義)』이다. 견등은 십주의 성불을 법장의 『화엄경탐현기』를 따라서 부처를 계위에 의거한 부처, 실천에 의거한 부처, 원리적 부처 세 가지로 분류한다. 견등은 십주의 보살이 삼매에 들어가서 비로소 우리 모두가 예부터 부처임을 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화엄경』 「범행품」의 "초발심할 때 곧 부처가 된다."는 교설은 십주에서 바로 성불한다는 신만성불의 증거로 활용된다. 다만 이 경문에서 말하는 성불이 완전한 것인가 부분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리는데, 화엄종에서는 전자를, 그 외의 종파에서는 대체로 후자를 택한다. 원효(元曉, 617-686)의 경우 "바로 이때에 법성을 알아 위 없는 깨달음을 얻는다."라고 해석하여 십주에서 완전한 성불을 이룬다는 화엄 사상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참고문헌

원전

『大方廣佛華嚴經』(大正藏 9, no.278)
『十住經』(大正藏 10, no.286)
『菩薩瓔珞本業經』(大正藏 24, no.1485)
『十住毘婆沙論』(大正藏 26, no.1521)

단행본

기무라 키요타카(김천학·김경남 번역), 『화엄경을 읽는다』(불교시대사, 2002)
해주, 『화엄의 세계』(민족사, 1998)

논문

水野莊平, 「五十二位の菩薩階位說の成立について」(『印度學佛敎學研究』 57(2), 2009)
김천학, 「동아시아 화엄학에서의 성불론」(『한국사상사학』 32집, 한국사상사학회, 2009)
주석
주1

평범한 사내. 우리말샘

주2

모든 중생이 살고 있는 산하(山河), 대지(大地) 따위의 세간. 우리말샘

주3

화엄종의 교의(敎義)를 연구하는 학문. 우리말샘

주4

막히거나 거치는 것이 없음. 우리말샘

주5

부처가 되는 일. 보살이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덕을 완성하여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실현하는 것을 이른다. 우리말샘

주6

속박이나 장애 없이 마음대로 하다. 우리말샘

주7

인도의 브라만 출신의 승려(499~569). 4대 한역자(漢譯者)의 한 사람으로 경론(經論)을 한역하였다. 번역한 책에 ≪섭대승론≫, ≪중변분별론(中邊分別論)≫, ≪대승기신론≫, ≪금광명경≫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8

중국 수나라 말기에서 당나라 초기의 승려(602~668). 속성(俗姓)은 조(趙). 존호는 지상대사(至相大師). 화엄종의 제2조로, 육상원융ㆍ십현 연기의 뜻을 설교하여 화엄종을 널리 알렸다. 저서에 ≪수현기(搜玄記)≫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9

중국 당나라 때의 승려(643~712). 속성은 강(康). 호는 현수(賢首). 화엄종의 제3조로, 지엄에게서 화엄경을 배웠다. 670년에 칙령에 의하여 출가한 뒤 교학의 대성에 힘썼으며 현장, 일조, 실우난타 등의 역경(譯經) 사업에도 참여하였다. 저서에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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