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진방언은 두만강 연안에 위치한 함경북도 회령, 종성, 온성, 경원, 경흥에서 쓰이는 방언이다. 육진방언 화자들은 이 지역을 ‘뉴웁이’라 하고 이 지역의 방언을 ‘뉴웁말’이라 한다. 육진은 조선조 세종이 이 지역을 개척하고 여섯 진을 설치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지역은 중부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휘나 문법에서 옛말을 지니고 있다. 함경도 방언 내에서도 이질적인 요소가 많아 ‘방언섬’이라고도 부른다. 청자높임법은 ‘하압소’ ‘하오’ ‘해라’의 세 등급 체계로 여기에 쓰이는 종결어미는 이 방언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육진(六鎭)이라는 말은 조선조 세종이 이 지역을 개척하고 여섯 진을 설치한 데서 유래한다. 육진의 하나인 부령(富寧)은 이 방언권에서 제외한다. 육진방언 화자들은 이 지역을 ‘뉴웁이(육읍六邑+이)’라 하고 이 지역의 방언을 ‘뉴웁말’이라 한다. 국토의 동북단에 위치한 육진 지역은 국어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부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잔재지역의 성격을 지닌다. 변화의 물결이 두루 미치지 못하여 음운이나 어휘 면에서는 옛말을 많이 지니고 있다. 반면, 이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된 방언 특징도 있다. 또 함경도 방언 내에서도 이질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어 이 방언권을 ‘방언섬’이라 이르기도 한다. 음운 특징은 일부 노인층에만 남아 있다.
모음은 ‘ㅣ, ㅔ, ㅐ, ㅡ, ㅓ, ㅏ, ㅜ, ㅗ’의 여덟이다. ‘외’는 대체로 ‘ㅙ’, ‘위’는 [wi], ‘의’는 ‘ㅣ’로 발음된다. 소리의 높낮이가 단어의 뜻을 구별해 주는 성조방언이다. 예: 말馬, 말言. 노인층의 말에서는 자음 뒤에 단모음과 이중모음 ‘ㅑ, ㅕ, ㅛ, ㅠ’의 연결이 가능하다. 예: 닢(잎), 냥심(양심), 녛다(넣다), 뇽(龍), 딮(짚), 뎍다(적다), 둏다(좋다), 탹실하다(착실하다), 샤랑[庫], 쟈랑(자랑), 쵸[燭] 등. 중세국어와 같다.
그러나 주로 회령, 종성 등지에서는 반모음 ‘ㅣ’[y]가 탈락한 ‘돟다, 덕다, 탁실하다’와 같은 방언이 쓰인다. 이는 평안도 방언과 같은 특징이다. 그리고 북부의 회령, 종성, 온성 등지에서는 순자음 아래의 ‘ㆍ>ㅗ’ 변화가 현저하다. 예: 모디(마디), 몯아바니(큰아버지), 볿다(밟다), 볼써(발써), 뽈다(빨다) 등.
한편, 중세국어의 ‘ㅸ’ ‘ㅿ’ ‘ㅇ’은 대부분 ‘ㄱ’ ‘ㅂ’ ‘ㅅ’으로 나타난다. 예: 술기(수레), 게그르다(게으르다), 느비(누이), 셔분하다(서운하다), 가슬(가을), 나시(냉이) 등. 모음조화는 규칙적이다. 단어의 첫 음절 모음이 ‘ㅏ, ㅗ, ㅐ’일 때와 ‘ㅂ’으로 끝난 다음절 형용사일 때는 어미 ‘-아’가 결합되고 그 밖의 모음일 때는 ‘-어’가 결합된다. 예: 자바라, 배와라, 무셔바서.
표준어의 ‘ㅂ, ㅅ’ 불규칙 활용 어간은 규칙 활용을 한다. 예: 곱아서(고와서), 닛어서(이어서). 중세국어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활용과 곡용이 남아 있다. ‘나무’는 ‘낭기(나무-가), 낭그(나무-를), 낭글르(나무-로), 낭게서(나무-에서), 나무두(나무-도)’와 같이 곡용이 이루어지며 ‘읽다’와 ‘이르다’는 ‘닑어라, 니르니, 니르구’와 같이 활용이 이루어진다.
주격조사는 아직 ‘-가’가 발달하지 않아 ‘-이’만이 쓰이며 드물게 ‘-이가’도 쓰인다. 목적격조사는 ‘-으/-르’, 여격조사는 ‘-게’ ‘-께’, 공동격조사는 ‘-가’이다. 예: 코이 크다(코가 크다), 책으 닑어라(책을 읽어라), 다리르 주물거라(다리를 주물러라), 동생께 개애다 주오(동생에게 가져다주오), 여스가 슬기(여우와 살쾡이). 그 밖에 보조사 ‘-으느, -으는/-ㄴ, -느, -는’(‘-은/-는’) ‘-이라’ ‘-으란’ ‘-아부라’(-조차) 등이 쓰인다. 예: 책으느(책-은), 나느(나-는), 비라 오문(비가 오면), 네아부라(너조차).
통사 구조상의 특징으로는 목적어 중출문이 흔히 쓰이며 부정부사가 놓이는 위치가 특이하다. 예: 아르 우티르 닙히오(아이에게 옷을 입히오), 영게서 떠 못 나오(여기서 못 떠나오), 안즉 닑어 못 보앗소(아직 읽어 보지 못했소).
청자높임법은 ‘하압소’ ‘하오’ ‘해라’의 세 등급 체계이다. 서술법의 하압소체 어미로는 ‘-읍구마/-습구마’ ‘-읍꿔니/-습꿔니’가 쓰이는데 전자는 사실을 알리는 기능, 후자는 사실을 확인하여 전달하는 기능을 갖는다. 하오체 어미 ‘-오/-소’는 중부방언의 ‘하오’ ‘하게’의 등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모가 장성한 아들이나 며느리에게도 쓸 수 있다.
청유법에서는 ‘-겝:소’ ‘-깁:소’(하압소체), ‘-게오’ ‘-기오’(하오체), ‘-라’(해라체), 의문법에서는 ‘-음둥/-슴둥’(하압소체), ‘-오/-소’(하오체), ‘-냐’(해라체)와 같은 어미가 쓰인다. 이들 종결어미는 이 방언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내 준다.
어마(엄마), 어마니(어머니), 아바지, 아부지(아버지)와 같은 친족 호칭어가 쓰인다. 방계 존속에 대한 호칭어는 부계와 모계가 같다. 가령, ‘맏아바니’는 ‘큰아버지’, ‘고모부’(아버지 누님의 남편), ‘이모부’(어머니 언니의 남편), ‘외삼촌’(어머니의 오빠)에 대한 호칭어이며 ‘아재’는 ‘고모’(아버지의 동생), ‘이모’(어머니의 동생), ‘숙모’에 대한 호칭어이다. 조부 호칭어에는 ‘클아바니’처럼 ‘클-’ 또는 ‘큰-’과 같은 접두요소가 붙는다.
인체어에는 ‘가달’(가랑이), ‘눈두베’(눈두덩), ‘닛검’(잇몸), ‘뎡개’(무릎), ‘배앨’(창자), ‘뱃북’(배꼽), ‘신다리’(넓적다리), ‘오좀캐’(오줌통), ‘쟈개미’(겨드랑), ‘쥬래’(후두), ‘콩퐃’(콩팥), ‘하느바디’(입천장), ‘허티’(종아리)와 같이 고어가 많이 남아 있다.
또 러시아어 및 중국어에서 차용한 말도 있다. ‘비지깨’(성냥), ‘마선’(재봉틀), ‘거르만’(주머니)은 러시아어에서, ‘승천’(剩錢: 거스름돈), ‘촨’(船: 배), ‘다두배채’(大頭白菜: 양배추)는 한어에서 차용한 말이다. 이곳은 과거 여진족이 살았던 곳이어서 여진어가 지명이나 어휘에 남아 있다. ‘탄’(오리나 기러기를 잡는 올가미), ‘야리’(두만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따위가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