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격조사는 유정물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서, 체언이 무엇을 받는 자리에 서게 하는 조사이다. 부사격조사 중 하나로, 체언이 여격임을 표시한다. ‘주다’류의 동사와 어울려 그 주는 일과 관련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주는 행동이 미치는 대상 뒤에서는 ‘에게’, 존칭 명사 뒤에서는 ‘께’를 사용한다. 여격조사 ‘에게’는 처격조사 ‘에’와 비슷하지만 수혜주와 도달점을 의미하는 점이 다르다. ‘에게’와 ‘한테, 더러’는 거의 같은 기능을 하는데, 전자는 문어적이며 후자는 구어적인 표현이다.
부사격조사의 하위 분류의 하나로서, ‘에게’와 관련하여 여격을 설정하고 ‘에게’를 여격조사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주다’류의 동사와 어울려 그 주는 일과 관련되어 쓰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에게’는 일반적으로 주는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며, 존칭 명사 다음에 쓰일 때에는 ‘께’로 바뀐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와 같이 서술어가 ‘주다’류의 동사가 쓰일 때, 그 행동이 미치는 대상이 유정물이면 일반적으로 ‘에게’가 결합한다. 반면에 ‘화초에 물을 준다’와 같이 무정물이면 ‘에’가 결합한다. 이러한 점에서 ‘에게’와 ‘에’는 같은 의미를 가지면서 상보적 분포를 가지는 관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상보적 분포 관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람이 개에 물려 중상을 입었다.”나 “여자 목소리를 내는 컴퓨터에게 오늘의 일정을 물어본다.”와 같이 유정물 다음에 ‘에’가 쓰이기도 하며 무정물 다음에 ‘에게’가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에’와 ‘에게’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 면이 있다.
또한 ‘에게’는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나 “이 색깔은 철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와 같이 ‘있다’나 ‘어울리다’ 등 ‘주다’류 동사와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와 잘 어울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은 ‘에’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여격과 여격조사의 설정에 근거가 빈약하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유현경(2003)에서는 ‘철수가 꽃에 물을 주다가 말았다.’라는 예문과 ‘철수가 영희에게 책을 주다가 말았다.’라는 예문을 들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철수가 꽃에 물을 주었다.’라는 뜻이 포함된 반면 후자는 ‘철수가 영희에게 책을 주었다.’라는 뜻이 함의되지 않아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에’는 도달점의 의미역을, ‘에게’는 수혜주의 의미역을 갖는다는 설명을 함으로써 처격과의 차별성이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에게’는 ‘를’과 ‘에’는 ‘로’와 결합할 수 없음(*영희가 철수에게를 갔다. / *영희가 학교에로 갔다)을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차이는 ‘에게’와 ‘에’가 이형태 관계로서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했을 때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에게’와 거의 같은 기능을 하는 조사에 ‘한테’와 ‘더러’가 있다. 이들의 차이는 대체로 문어체적인 차이로서 ‘에게’가 문어적인 표현임에 비하여 ‘한테’와 ‘더러’, ‘보고’는 구어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테’는 동물 뒤에도 자연스럽게 쓰여 ‘에게’보다 분포가 넓은 면이 있다. ‘더러’는 ‘한테’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나 그 쓰이는 환경이 훨씬 제한되어 있다.
‘더러’와 ‘보고’는 반드시 사람 뒤에만 분포하며 어울리는 서술어도 ‘말하다’류(‘이야기하다’, ‘묻다’ 등)의 몇몇 동사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상황을 단순히 설명하는 경우에도 쓰이지 않는다. ‘더러’와 ‘보고’는 그나마 젊은 층으로 갈수록 그 쓰임이 위축되는 추세를 보인다.
‘한테’나 ‘더러’, ‘보고’가 존칭 명사 다음에 쓰일 때는 ‘에게’와 마찬가지로 ‘께’로 바뀐다. 그만큼 ‘에게’, ‘한테’, ‘더러’는 그 기능을 같이하는 조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국어 당시의 여격조사로 향가에서는 ‘衣希’, 이두에서는 ‘亦中’, 구결에서는 ‘’가 사용되었다.
중세국어에서는 속격 ‘ᄋᆡ/의’, ‘ㅅ’과 ‘게, 그ᅌᅦ, 거긔’ 등이 결합하여 ‘ᄋᆡ/의그ᅌᅦ’, ‘-ᄋᆡ/의거긔’, ‘ᄋᆡ/의게’가 평칭의 여격을 ‘-ㅅ그ᅌᅦ’, ‘ㅅ거긔’, ‘ᄭᅴ’는 존칭의 여격을 나타내었다. 이들은 ‘-ᄋᆡ/의/ㅅ그ᅌᅦ>-ᄋᆡ/의/ㅅ그에>-ᄋᆡ/의게/ᄭᅴ’의 변화 과정을 거쳐 현대국어의 ‘에게’와 ‘께’로 정착하였다.